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윤택수 지음 / 아라크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특이해서 알게된 책 속의 책이다.훔친 책은 어떤 책이고,빌린 책은 또 어떤 책이며,그가 말하는 내 책은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했었다.책을 훔친 사람이 쓴 글을 읽기는 처음이다.ㅎㅎ 책을 훔친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책을 훔친 사람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해봤다.20세기 최대의 책도둑 스티븐 캐리 블룸버그는 북미 전역의 268개 도서관에서 2만 3600여권의 책을 훔쳤다.사실이라기보다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에 관한 일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제목만큼 저자의 이력도 특이하다.학교 선생으로,용접공으로,원양 어선 선원으로,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장으로,학원 강사로 다채롭게 살았다.굵고 짧게 살다갔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책의 내용은 박물지(博物誌)를 방불케한다.박학다식할뿐만아니라,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은 순우리말을 글쓰기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겐 외국어처럼 느껴진다.그래서 우리세대는 이 책을 마지막으로 사라져버릴 우리말을 만나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상당히 많은 부분은 책 이야기보다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야기가 펼쳐진다.지금은 사라져버린 순박했던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귀신이야기,방물장수,소 뜯기기,틔밥 튀기,엿장수,그 시절 선생님들의 모습..그래서 '책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순 날도둑놈 같으니라구!' 속으로 욕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이미 타계한 사람에게 욕하면 뭐하나 ㅎㅎ 그가 훔쳤다는 책 이야기도 중간쯤 가야 듣게된다.어차피 세상사가 다 책이 아니던가.사람을 읽는 것도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아르튀르 랭보는 곧잘 책을 훔쳤다고 한다..."글쎄,그게 말이지,책은 훔치기보다 다 읽은 책을 제자리에 갖다놓기가 더 어렵더란 말이야"(P235)

책을 가장 잘 훔치는 것은 스스로 책을 쓰는 것이다.어차피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의 후에 아니던가(P237)

 

 섬세한 여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나에게 저자의 글은 섬세한 표현력과 더불어 굵은 선과 같은 느낌,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글의 내용면에서도 여자들에겐 황당한 이야기가 많다.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게된 사춘기 소년들의 행위등.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군대 갔다온 남자 친구들끼리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다.그럼에도 그는 책에 대해 할 말은 다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