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딸아이가 처음으로 중학교에 갔다.아이가 어려서는 동화책을 많이 읽었는데,커 갈수록 학습만화만 찾아서 다른 종류의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특히 시는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시를 읽혀야 할지 고민이 많다.그래서 시와 수필,소설 3권 묶음도서로 구입했는데, 엄마가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샀다고 하면 반항심에 안 읽을 것 같기에, 나는 아이를 위해서 내가 산 책이 아니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아이는 방학동안 중학교 예비과정 영어.수학을 공부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와 달리 중학교 과정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인지 그냥 시집을 줬으며 쳐다보지도 않았을텐데,교과서와 관련된 작품이라고 하니 굳이 따지지 않았다.
우리 때와는 달리 요즘 중학교는 교과서를 23종 중에서 선택한다.그래서 학교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이 책에는 23종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 중 전국의 국어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작품들을 싣고 있다.중학교 때는 이미 바닥난 배경지식을 보충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아이의 교과서에 실린 시는 이 책으로 미리 만나 시에 다가가기 쉽게 해 줄 것이고,아이의 학교와 다른 교과서에 실린 시는 아이에게 배경지식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책에 실린 작품은 정서와 이미지,운율을 중심으로 했다. 책은 도서관,동물원,식물원,미술관,음악실,박물관이라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마음의 발걸음도 일상의 공간과 친숙하게 연결시켜준다.그래서 우리의 일상이 곧 시가 된다.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보기에 좋은 책이다.적극 권하고 싶다.어려운 낱말은 뜻풀이가 되어 있고,시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다.작품 해설에는 비슷한 작품을 인용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시를 다른 작품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또한 모방하여 시를 스스로 지어 볼 수 있도록 알차게 꾸며져 있어서 시가 한층 쉽게 다가온다.
시는 어려워서 여러번 읽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나 역시 시를 자연스레 기피하게 되었다.나와 같은 많은 독자로 인해서 대한민국에서 시는 가장 안 팔리는 도서로 전락 해버렸다.오랫만에 학창 시절에 읽던 시를 접하니, 25년전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고향생각,엄마생각,그 시절 친구들,선생님 생각이 절로 난다.시 속에서 만난 세상은 지금은 사라진 풍경들이다.그래서 그립고 아프고 따스하다.해맑음과 순수가 있고,가슴 짠한 사랑과 가슴 아픈 역사도 만난다.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깐 잊고 살았던 마음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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