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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KIM)
루드야드 키플링 지음, 하창수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사물과 그림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트롱프 뢰유(trompe l'oeil)처럼 그려지는 소설 마이클 온다리치(Michael Ondaatje)의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속에 인용된 러드어드 키플링(RUDUARD KIPLING)의 작품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키플링은 인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뒤 10대 후반에 다시 돌아와 20대 중반까지 인도에서 살았던 시인이자 소설가로 영국인으로서는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 정글북 』의 저자다.
그대,웅장한 길을 걷는 자여
심판의 날에 유황불에 던져지리니
'이교도'를 젊잖게 대하라.
가마쿠라의 붓다에게 기도하고 있나니!
-키플링「가마쿠라 대불 」
소설은 19세기말 영국에 점령된 인도의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다.킴(KIM)은 햇볕에 그을려 피부는 현지인처럼 검고,인도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영국인이다.엄마는 킴이 아기 때 죽고 아버지 킴볼 오하라는 킴에게 세 종류의 문서를 유산으로 남긴채 콜레라에 걸려 죽는다.킴의 별명은 '세상 모든 이의 어린 친구'다.킴은 어느날 홀연히 박물관에 나타난 티베트의 승려 테슈 라마와 '화살의 강'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킴은 펀자브 지역 최고의 말장사꾼이자 기밀문서를 취급하는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마부브 알리를 도와 '큰 게임'에 참여한다.
그들의 여행은 라호르에서 히말라야에 이르는 인도 북부 여행이다.그들의 고행길은 킴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며,해탈의 경지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또한 마부브 알리의 첩보활동을 돕는 모험이 가득한 길이다.킴이 떠나는 구도의 길에서 우리는 다양한 언어와 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 인도의 원초적인 모습을 만나게 된다.소설은 신비롭고 이국적인 매력이 넘친다.킴과 라마승을 따라 여행하다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이 찾는 강이 영적인 상징의 강인 것을 깨닫게 된다.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시다르타>가 찾아 떠난 강과 화살의 강이 뇌리에서 겹친다.
『킴』은, 옮긴이의 설명이 없다면 키플링의 시각으로 바라본 식민지 인도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오독(誤讀)의 가능성이 큰 소설이다.옮긴이는 식민지 인도의 상황을 키플링의 시각이 아닌 식민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항적 독서를 권한다.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니콜라스 로에리치의 그림인 삽화를 보는 것이다.그림은 빛과 어둠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시간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