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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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레시피도 아니고 ,불량 가족을 이루는 레시피는 어느 정도일까? 장난끼 어린 시선으로 책을 펼쳤다.그런데 막상 판도라 상자를 열자 온갖 인간의 죄악이 세상으로 빠져 나온다.콩가루 집안도라 상자가 열린 것이다.판도라 상자를 열자 가장 먼저 튀어 나온 것은 그들의 집안내력이다.1티스푼도 아니고 1큰술도 아닌 적당량,감칠맛나게,자작하게,간을 간간하게 하라고 지시한 요리책처럼 불량 가족의 레시피는 과연 측청 불가능치다.
 

 나는 소원여고 1학년 5반 고독한 열일곱살의 권여울이다.도덕꼴통은 2학기 수행평가로 자서전 쓰기 숙제를 내준다.자서전을 쓰면 불량 가족 레시피가 드러날텐데,피오나공주에겐 장학금이 필요하다.그래서 소설은 여옥이의 마무리 짓지 못한 자서전의 성격을 띠게된다.소설은 욕과 은어가 많다.요즘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춘기라는 시기의 상징이기도 하다.주변어른들에게 광견.개동구,불곰,도덕꼴통 이라고 부를 수 있는 때는 사춘기가 아니고 또 언제이겠는가.

 

콩가루 집안의 가장인 쉰넷의 아빠는 채권추심 하청 일을 사업으로 하고 있다.현실보다는 큰 건을 낚으려 하는 헛바람 든 가장 불곰이다.남편 복도 자식 복도 없다고 팔자타령하는 할매는 새벽 여섯 시 반부터 40평대 아파트에서 꼼짝없이 인생을 바치고 있다.한때는명문대를 졸업한 투자자문가로 잘 나갔지만 현재는 뇌경색에다 이혼하고 얹혀살고 있는 주식폐인 삼촌.

엄마가 다른 이복 남매들인 언니와 오빠가 있다.
욕을 쏟아내는 저주받은 입을 가진 고3 수험생 유나언니.나 보다 네살 위인 전문대 다니는  오빠는 다발경화증으로 늘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자칭 3류인생 집합소라고 부르는 아파트에서 가족은 삼년 째 보증금 이천만 원에 백만 원이라는 기형적인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개념상실 콩가루 가족은 대가족이지만 알고보면 그래서 핵가족이다.

 

 나는 항상 가출을 꿈꾼다.그러나 막상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여옥이다.아빠가 사고쳐서 낳은 딸인 나는 집에서 겉돈다.엄마는 나이트클럽 댄서였다.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그리운 존재다.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라는 이중적인 감정 속에서 늘 키 재기를 하고 있다.나는 코스튬플레이 동호회 모임이 취미다.피오나공주는 현실과는 다른 욕구의 탈출로다.

 

 사춘기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체성을 찾아내야하는 시기지만,여옥에게 가족은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가족에서 나는 무언.무반응의 원칙을 지킨다.차라리 반응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는 길이다.여옥에게 나이트클럽,술,짝사랑은 모두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다.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사춘기.그들에게는 이유가 있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유없는 반항이다. 가족은 여옥에게 그 어느 것에도 답을 주지 않는다.

 

 여옥이의 집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락한 밑바닥 인생을 보여주는 쓰라린 모습이지만,저자의 글은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가 있다.그래서 독자는 때론 웃으며 때로는 공감하며 막힘없이 읽어 내려간다.소설은 웃음이 있고 연민이 있고,세대간의 심한 갈등이 있다.여옥이의 세계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마리아 아줌마가 여옥이에게 읽어보라고 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결국 저자가 청소년에게 묻는 질문이다.
스무살 이전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한 도덕꼴통의 말은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소설은 가족의 해체를 통해서 판도라 상자의 가장 마지막에 남아있던 가족의 재탄생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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