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깊은 구절
130-가슴속에 담긴 생각은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법.흐르는 시간은 그 표정들을 놓치지 않고 사람의 얼굴에 새겨 둔다.바람과 함께 온 세월이 바위의 얼굴을 조금씩 깎아 놓는 것처럼. 

 
한 사람이 일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을 만권으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그건 고정관념이라고 말한 이덕무 선생님을 드디어 만났다.사람들이 그리고 자기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던 이덕무 앞에서 나는 bibliophile(애서가)라는 표현이 부끄러워진다.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덕무가 세상과는 단절한 채 산 속에 틀어박혀 책만 읽은 줄 알았다.그런데 이덕무 역시 나와 비슷한 나이에 궁핖한 살림살이로 인한 가족 부양의 짐을 이고 있었는 것을 알았다.

 

  이야기는 1792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전기가 아닌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팩션이다.책을 읽다보면 잘 알고 있던 그의 명성에 비해 이업적이 거의 없음에 놀란다.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도 공허함을 감출 수 없다.그의 처지가 신분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었으리라는데 생각이 미친다.그나마 좋은 임금을 만나서 그는 규장각의 검서(檢書)관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서자(庶子)로 태어나서 외로운 세월을 견뎌야 했다.자신의 신분을 자손들에게 대물림 해야만 하는 고통과 자신의 가치를 발하기 힘든 고독한 시간들,궁핍한 가장의 버거움과 책을 사랑하는 맘 사이에서 많이 갈등했다.그의 갈등이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눈에 선하다.지독히도 가난해서 책을 구하기도 힘들었던 가장 이덕무.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책표지만 바라보아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는 간서치 이덕무.책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세월을 견뎌내게 해준 벗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