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순수 박물관>은 <검은책>과  동일한 작가의 글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사랑에 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읽으면서 가슴에 통증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사랑이 주는 설레임,수치심,후회,행복한 상상이 뒤섞인 감정들.흠모와 부끄러움,연민,기쁨이 뒤섞임 감정들.사랑의 상실이 가져오는 분노,고통,고민,불안.우리는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위험하고 아픔 사랑의 아름다운 광기와 집착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5년이다.과거 오스만제국이었던 터키의 이스탄불과 보스포루스 해협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과 더불어 유럽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그러면서도 유럽적이지도 않고 동양적이지도 않은 그 이상야릇한 경계에 놓인 터키라는 나라.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70년대의 정조관념과도 같은 여성의 순결이 터키에서도 당연시된다.서른 살인 케말은 유럽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적인 여성이면서도 터키 문화가 요구하는 혼전 성관계의 두려움이라는 보수적인면을 버리지 못하는 시벨과 곧 약혼을 한다.그의 약혼녀인 시벨과 가방을 사러 들렀던 상젤리제 부티크에서 어린시절 후 우연히 본 열여덟살의 가난한 먼 친척 사촌 여동생 퓌순에게서 불편한 감정이 자라난다.

 

 (P37) 내 이성은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놀라운 사실이 다시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그녀를 보면 잘 알고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고,그녀를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나와 닮았다...아주 쉽게 나 자신을 그녀의 위치에 놓은 수 있었고,그녀를 아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미인대회에 출전했던 12살 아래의 동생,그리고 교양있는 약혼녀. 트라이앵글의 균형은 유지될 수 있을까? 약혼녀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퓌순과 사랑을 나누는 케말의 이기적인 사랑.그 사랑은 그 시대의 울타리를 벗아나기 어렵다.시대와 문화가 요구하는 울타리를 벗어난 사랑은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그녀의 이니셜이 세겨진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은 불운의 징후를,그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케말은 퓌순과 44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지만,그의 약혼식 후 퓌순이 말없이 사라져 버린다.퓌순을 잃고 난 후에야 케말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퓌순이었음을 알고 339일동안 그녀를 찾아 헤멘다.그녀가 사라진 그의 삶은 허무와 공허와 고독뿐이다.그녀가 남기고 간 작은 물건들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붇잡고 온몸으로 아픔을 경험할 뿐이다.심장과 머리와 온몸을 가로지르는 통증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보면 순수 박물관은 그가 퓌순을 잊지 못해서 그녀의 체취가 묻은 물건과 기억들을 수집해서 전시한 박물관인듯 보인다.그러나 1편에서는 순수 박물관이 실제하는 건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다만 책 앞장의 지도에 순수 박물관이 표시된 것을 보면 2편에서는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 어떤 형식으로 펼쳐질지 2권에서 만나볼 수 있으리라.작가 오르한 파묵은 책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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