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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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들썩이게 만드는 강남 불패의 신화,코리안 드림이자 강남드림의 신화를 파헤쳐본다.한강을 경계로 강남과 강북으로 대치된 서울의 특수한 지역.전국의 땅값을 들썩이게 만드는 강남. 그 위대한 강남 신화의 배경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역사의 구린면이 도사리고 있다.강남의 역사는 곧 서울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숨가쁜 역사다. 처음엔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리라 생각했지만,조금 읽다가 '그럼 그렇지,황석영 작가가 누군데,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각을 빼 버리면 대작가가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대표작가의 글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참 노련한 글 솜씨다.노련한 작가라서 그런지 등장인물의 수가 너무 많고,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너무 복잡해서 요즘 세대들이 읽기에는 이 소설이 그리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한 세기의 큰 사건들을 모두 훓고 지나가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 또한 너무 자주 바뀐다. 박선녀의 현재와 회상,김회장의 현재와 과거,정아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역사를 이루고 있다.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우리 역사이자 작가가 바라본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대성백화점 김회장의 세컨드 박선녀라는 40대 여자의 현재는 빈껍데기에 불과한 화려함을,그녀의 과거는 어려웠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과 같다.그녀가 열심히 쫒아왔던 부는 결국 무너지기 위한 강남신화 였을까? 그리고 살아남은 정아를 배경으로 그린 그 부모세대의 빈민촌 문제.이 소설에서 가장 짠한,가슴 쓰린 부분이다.또한 가장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다.그래서 항상 권력과 가진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될 수밖에 없는 대중의 모습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충격이자 우리에게 놀랍고 부끄러웠던 성수대고 붕괴 후 벌어졌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그 부끄러운 역사를 노련한 작가는 일제시대와 해방이후, 70년대 경제개발시기,80년대 산업화시기,90년대 민주주의 과도 정착시기를 훓어내려간다.참 혼란스러웠던 한 세기다.그래서 파란만장했던 역사가 펼쳐진다.속임수와 온갖술수들.부동산 투기와 정치자금.지저분한 한국의 정치판.작가는 삼풍백화점 붕괴는 지저분한 역사가 만든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너무 빨리 이루고 싶었던 근대화의 꿈은 너무 빠르게 무너져내렸다.

 

온갖 지저분한 사건의 등장은 쓴맛을 남긴다.우리 역사의 감추고 싶은 면들만을 모두 들춰낸듯 씁쓰름하기 그지없다.모든 정권이 어쩌면 그렇게도 구린면들을 잘 감춰왔는지.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했던 시대를 거쳐온 세대들.현재까지도 뒤가 구릴만한 정치인들 참 찔리겠다.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거대한 서사작이라면 이 작품은 태백산맥을 한 권에 압축 시켜버린듯,긴 역사를 짧막짧막하게 이어 붙여버렸다.그렇다.건물이 붕괴된 이면에는 섞은 냄새가 진동하는 정경유착비리들이 만연했다.

 

 부동산이 폭탄돌리기에 접어들었다는 경제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이제는 한숨 돌릴만한 시대에 접어든 듯 보이지만 강남을 가로지르는 역사의 물줄기는 아직 그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전 시대는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지만,현재는 정보화 시대라는 이름하에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강남몽>을 읽으면서 우리에게는 느림의 여유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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