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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평점 :
인간과 세상사와 사물과 자연에 대한 완전한 탐색,그의 철학적 경지가 놀라울 따름이다.장자를 읽지 않고는 철학을 논하지 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장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세계가 완전히 부서짐을 느꼈다.장자의 사상이 대양이라면 내가 아는 이 세상은 사발 속에 든 물과 같은 세상이었다.완역본을 접해보기 전 장자라는 물가에 발을 담그면서 알았던 사실은 무위사상과 호접몽이 전부였다.이 책을 읽어보고 나서야 서양에 성경이 있다면 동양에서는 논어나 장자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정성껏 잘 만든 책이다.원문 반쪽 분량이 한자로 표기되어 있고,거기에 대한 해설이 이해하기 쉽게 풀이되어 있다.이제껏 내가 읽었던 장자 사상의 총집합이다.그래서 읽으면서 감탄사 연발이다.풍문으로 들어왔던 많은 경구나 우화가 장자에서 나온 것들 이었음을 알았다.많은 가게를 들락거리다 이제야 원조 맛집을 찾은 기분이랄까? 서양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동양인적인 매력에 빠져버렸다.
이성과 감성,욕망을 초월해 완전한 자유의 경지를 추구했던 장자는 시간과 공간의 일반적인 개념을 뛰어넘어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릴 정도의 무아(無我) 경지를 말한다.아무런 의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무위(無爲)는 장자 사상의 핵심이다.무(無) 조차도 없었던 단계까지 생각한 장자는 결국 가장 큰 도는 텅빈것 과도 같다고 말한다.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초월한 그래서 죽음과 삶조차 하나인 장자의 사상.모든 사물은 한결같으며, 유용보다 무용이 더 인간의 본성에 가깝고,참된 앎도 '앎이 없는 것( 無知)'와 통한다.무위사상은 결국 무無와 통하고 무는 자연스러움과 하나이다.상대적인 개념이 없는 절대적인 경지,그래서 장자의 도에 이르면 그 모든 것들은 태초의 혼돈에서 다시 질서를 부여받는다.
결국 내가 느끼는 장자의 사상은 그 형태를 부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일정한 형태를 부여하면 안되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무색 무미 무취의 공기는 항상 우리 주변에 맴돌고 있지만 우리는 그 중요성이나 존재조차 느끼기 어렵다.그래서 장자의 무위사상은 그 어떤 것으로도 호환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찌보면 자유방임적 사상이다.하지만 자유방임과는 또 다른 완전한 초월적인 단계다.내가 존경하는 보르헤스와 법정스님은 결국 장자의 사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장자 자신이 직접 기록한 글이 아닌 제자들이 기록한 글이다보니,옮긴이는 장자 본래의 사상과 크게 다른 성격의 글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장자가 공자의 사상을 도가의 입장에서 소화하여 받아들이 글도 있고,공자의 사상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부분도 있다.세상에 나쁜 일을 하는 데도 큰 지혜를 가진 자들이 있다고 말하는 ,그래서 성인의 지혜조차도 큰 도적을 지켜준다는 거협 부분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참 복잡한 세상 속에서 원자화 된 현대인들.각계 각층에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많다.하루에 한 줄이라도 장자를 읽는다면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장자는 현대 문명의 병폐조차 미래예언적으로 지적한 선견지명이 있었다.
동양철학은 어렵다는 생각에 읽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내게 아르헨티나의 석학 보르헤스의 글 속에서 만난 장자는 놀라웠다.보르헤스를 좋아하게 된 나는, 보르헤스가 좋아하는 장자도 좋아하게 되었다.그 때쯤 안희진님의 쉬운 책 <장자,21세기와 소통하다>를 만났고,장자의 매력에 빠져버렸다.그리고 나는 장자에 대해서 핵심사상 뿐만아니라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때마침 장자의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만나 볼 수 있는 완역본을 만났다.상당히 두꺼운 800쪽분량의 책이지만 한자원문에 대한 주석을 충실히 달았기때문에 한자를 잘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해석 또한 철학적이지만 시적인 멋이 풍부하다.그래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여러번 읽어도 좋은 책이다.하루에 한쪽만 읽어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가장 확실히 알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