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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를 알고 있는 고전을 읽는데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대부분의 고전은 읽어보지 않고도 줄거리를 알고 있다. 교과서에 실려서 줄거리만 알고 있거나,TV,영화나 만화로 접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의 내용을 알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 할 뿐이지 자신이 직접 책을 읽어보지 않는 한은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남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자신이 직접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어보고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그 내용을 다시 생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어떤 깨달음이 온다.그것은 교과서나 선생님,평론가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받은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너무도 유명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도서관에서 집었다 놨다,대출 받았다 반납 하기를 여러차례.줄거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여러차례 이 책을 읽기를 망설이게 만들었다.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니 읽다가 그만두기도 했다.그러다 작년부터 고전읽기에 도전해서 학창시절에 읽어보지 못한 많은 고전을 읽어냈다.이 책도 그렇게 해서 읽어냈다.모 CF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에 나오는 그 노인의 모습과 주인공 산티아고노인의 모습이 겹치면서 그 CF를 알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다면 나의 뇌리에 각인된 노인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기를 잡지 못한지 84일째 되는 노인 산티아고, 그는 85일째에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야망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산티아고노인과 5살때부터 같이 고기를 잡았던 친구인 소년 마노린의 애틋한 우정과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나에게도 소년과 같은 친구가 있다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 힘이나고 얼마나 행복했을까? 부러움이 컸다.모두가 그런 노인을 비웃어도 소년만은 할아버지를 믿어주고 챙겨주는 때 뭍지 않은 그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가진 것없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노인에게는 여유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바다라는 넓은 망망대해는 고독한 우리네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거기다 잡히지 않는 고기를 잡으려고 홀로 애쓰는 노인의 모습에서 꿈을 낚기 위해 애쓰는 인생,결국 인생은 홀로 살아내야 하는 고독한 우리 삶의 모습으로 다가왔다.큰 고기를 잡았지만 결국 상어가 다 뜯어먹고 뼈만 남는 남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노인의 모습에서,우리가 인생에서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잡았던 것들이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에는 결국 모든 것을 다 돌려 주고 가야하는 인생. 그래서 우리에겐 그 화려했던 이력이나 명예만을 남게 되는게 아닌가!! 결국 이 책은 인생을 묘사한 알레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과 바다>를 감명깊게 일고 나서 읽은 129쪽부터 174까지의 짧은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은 인생을 보는 눈이 <노인과 바다>와는 너무 달라서 놀라웠다.노인이 삶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대하는데 비하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하드 보일'문체의 독특함은 많은 것을 읽어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직감이 너무도 뛰어나서 놀라웠다.어쨋든 두 작품 모두 헤밍웨이 자신의 많은 것을 반영한 작품이다.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