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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ㅣ 홍신베이직북스 21
나다니엘 호손 지음, 강혜숙 옮김 / 홍신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책을 읽어보기도 전에, 여자에게 유독 가혹한 사회적인 차별이 담긴 작품이라는 거부감이 있어서 거리감을 두었던 작품이다.이것 역시 고전의 비애다.내가 읽어보기도 전에 그 누구의 생각인지 어디서 온 편견인지도 모르는 편견이 어쩌면 그렇게도 견고하게 내 안에 자리잡고 있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뿐이다.고전의 비애는 그 향방을 모르는 소문의 진위여부처럼 그렇게 우리 안에 자리잡아 똬리를 틀어버린다.그래서 나에게 고전의 맛은 너무 늦게 알게 되는 금단의 열매다.늦게나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또 한 권의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
이 작품은 미국출신 나다니엘 호돈(Nathaniel Hawthome)이 1849년에 집필해서 10일만에 초판 2천부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호돈의 집안은 선조 대대로 엄격한 청교도였으며,그의 고조부는 세일럼의 마녀소탕 때 엄격한 재판관 노릇을 했다.대부분의 작품이 저자의 사상이나,출생,자전적 요소를 많이 담아내듯,이 작품 역시 그를 짓누르고 있는 청교도주의(Puritanism)와 자신의 자유주의,초월주의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로렌스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청교도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담아낸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광장의 단두대 앞의 헤스터 프린은 가슴에 수놓은 주홍색의 A(Adultery-간통)를 가리기라도 하듯이 아기를 꼭안고 있다.하지만 그녀의 딸 펄은 살아있는 A의 증거다.신뢰받는 젊은 목사 아더 딤즈데일은 그녀에게 아이의 아버지를 말하면 죄가 가벼워질수 있다고 그녀를 설득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많은 나이차이와 몸이 불편해서 책에만 빠져사는 남편과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했던 잉글랜드의 귀족 여인 헤스터 프린.남편이 해상에서 행방불명되어 혼자 살다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고,그로 인해 세인들의 심판을 받는 자리에 남편이 로저 칠링워드라는 가명으로 나타난다.헤스터는 자신의 죄를 거부하고 보스턴을 떠나 버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 죄 값을 치룬다.홀로 떨어진 오두막에서 딸을 키우며 삵바느질로 최소한의 소비만 한채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아간다.펄은 그녀의 가슴에 달고 있는 주홍글씨 A에 호기심을 가지고 자라난다.
목사는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에게 부과한 죄의 사이에서 병들어간다.헤스터의 전남편 칠링워드는 복수하기 위해,목사의 건강이 나빠지자 의사로 자처하며 치료를 위해 함께 생활한다.하지만 목사는 그에게서 악마의 저주와 같은 압박을 느낀다.헤스터의 A보다 아더 딤즈데일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A가 더 큰 죄의 댓가를 치룬다.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르자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시선은 간통을 뜻하던 A가 유능(Able)의 A자로,천사(Angel)의 A자로 승화되어간다.
헤스터가 청교도 사회에서 낙인 찍힌 A를 가슴에 달고 살았듯,목사 아더 딤즈데일과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 윤리적인 심성의 선생님이 수많은 세월을 자책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듯,우리는 어쩌면 저마다의 가슴에 스스로가 부과한 주홍글씨를 하나쯤 달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스스로가 짊어지고 가는 자책이라는 주홍글씨가 있다.그 누가 나에게 낙인 찍지 않았음에도 나 스스로가 부과한 자책이라는 주홍글씨의 낙인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책을 덮을 때쯤 나는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이젠 나도 내 어깨의 짐을 내려 놓아야 하지 않을까...나는 고전에서 현재의 나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