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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지음 / 큰나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필 <무소유>를 27년전 세로글씨 책으로 읽었다.그리고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신 후 스님의 제자가 쓴 <소설 무소유>를 읽었다.소설은 수필<무소유>을 그대로 잘 보여줬고,나는 불교의 매력에 빠졌다.특히 선문답과 화두가 멋있었다.또한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그래서 이번엔 법정스님의 다른 제자가 쓴 <법정스님 숨결>을 무척 기대하며 읽었다.그런데 이 책은 <소설 무소유>와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아무래도 스님의 같은 제자이다보니 스님의 법문 강의할 때나 다른 집회도 같이 들었을것 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원조<무소유>는 법정스님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었고,<소설 무소유>가 법정스님의 삶에 가장 가깝게 그려냈다면 이 책은< 소설 무소유>보다는 작가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나는 예전에 기독교를 믿었지만 지금은 신앙이 없는 무신자다.마침 친지 중에 부근 절에 다니는 분이 있어서 작년에 절에 가서 절밥을 공양했다. 올해도 불교입문서들을 몇 권 읽은데다, 법정스님의도 생각나고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또 절밥 공양을 하고 왔다.예전에 듣던 염불소리는 무섭게만 들렸는데,올해 들은 염불소리는 편하고 좋았다.내 아이들에게 절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그래서 절에는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절의 이미지 중 하나가 추녀끝의 풍경이 아닐까? 그 고즈넉함 그 청아함.예전에 시골에서나 썼던 창호지를 바른 문.그 이미지만으로도 마음에 평화가 온다. 이웃을 사랑하라.과거나 미래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라.살생금지.나눔 등은 모든 종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종교단체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그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이다.그래서 법정스님이 강조하신 <무소유>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저자는 불교가 추구하는 것들을 쉽게 이야기 하고 있다.그래서 <법정스님 숨결>은 불교 입문서로 삼기에 좋다.거기다 법정스님의 일화 중 해학적인 말씀들을 싣고 있어서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그 중 전남 강진의 어느 식당에서 법정스님이 손 씻으로 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지묵스님이 법정스님 밥 속에 고기 두점을 넣어서 감춰 뒀는데,스님이 밥을 몇 술 뜨다 안에 든 고기를 꺼내어 보이면서 "아까워서 못 먹겠네" 하자 지묵스님이 "네?" 하고 반문하니 처녀의 이야기와 빗대어 "여태까지 지켜온 정조가 아깝다나"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ㅎㅎ
법정스님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게 얼굴에 드러난다.스님의 글에도 청빈함과 고집이 그대로 드러난다.또한 상대를 무안하지 않게 꾸짓는 해학적인 분이다.법정스님이 추구했던 삶은 맑고 향기로운 삶이다.법정스님은 어려운 법문을 쉽게 번역하여 대중에게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법정스님이 쓰신 책에 감동받아 직접 스님을 뵈러 갔던 열성팬들이 부럽다.아무리 좋은 길이 있어도 자신이 찾지 않으면 그 길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부처는 우리 안에 있고,해탈에 이르는 길은 자신에게 있다.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불안한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부처님의 뜻을, 법정스님의 곁에서 느꼈던 숨결을 바람에 실린듯 조심스레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앎이 바르면 행이 바르게 나온다.(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