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의 백합 을유세계문학전집 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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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노레 드 발자크를 알게 된 것은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소개서인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책>을 통해서다.발자크의 작품을 읽고 고전이 주는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많은 세대가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고전이 주는 매력은 읽어본 자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고전을 사춘기때 읽는 것과 성인이 되어서 읽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어려서는 고전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다.그저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의 즐거움만 알 뿐이다.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읽는 고전의 맛은 내 인생의 깊이만큼 넓이만큼,꼭 그만큼이다.고전이 아무리 많은 것을 감추고 있어도 내가 아는 만큼만 드러낼 뿐이다.그래서 고전은 늙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다.성경에서 백합은 예수그리스도를 일컫는다. 이 책에서 쓰이는 백합 역시 향기롭고 순수한 여인 백작부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다.펠릭스는 앙리에트를 숭배한다.앙리에트는 펠릭스의 주위를 떠도는 유령과 같은 존재다.스토리는 펠릭스가 나탈리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시작되는 서간체 소설이다.하지만 나탈리는 먼 훗날 펠릭스가 사귀는 또 다른 연인이다.그래서 이 책은 펠릭스가 그의 연인 나탈리에게 털어 놓는 옛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액자소설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가족에게서 소외된 펠릭스는 다섯살에 기숙학교에 보내진다.그의 나이 스물한살 집에 왔을 때 어머니는 그의 무기력을 치유하기 위해 프라펠이란 성에 머물게 한다.그는 투렌의 골짜기를 산책하다가 이 골짜기의 백합인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사랑하게 된다.그녀는 투렌의 유서 깊은 가문 모르소프 백작의 아내이자 두 아이 마들렌과 자크의 어머니다.

 

 펠릭스는 그녀의 아담한 성 클로슈구르드에 초대받아 그녀의 가족과 친해지면서 그 가족이 감추고 있는 비밀들을 알게 된다.아들과 딸은 병으로 죽음과 싸우고 있고,기이한 성격의 남편 모르소프백작은 망명에서 돌아온 후 광기로 부인을 괴롭힌다.그녀는 독실한 신앙을 바탕으로 가족의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외롭고 고독한 한떨기 백합이었다.그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매혹적인 그녀를 자기만의 앙리에트라고 부르면서 사랑하지만 그녀는 단지 벗으로 대해주기만 바란다.그래서 그의 사랑은 플라토닉한 사랑이다.

 

 플라토닉한 사랑의 치명적인 결점은 관능적인 사랑의 유혹에 약하다는 점이다.그는 왕의 부름으로 그녀와 떨어져 있으면서 상류층 영국인 레이디 더들리와 관능적인 사랑에 빠진다.펠릭스는 많은 부분 프랑스인 그녀의 고고함을 찬양하는 반면 교활한 영국인 레이디 더들리의 사랑을 역겹게 묘사한다.앙리에트는 엄마,아내,신앙인으로서의 역할로 인해 그의 사랑을 거부하지만 그것은 외부의 저항일뿐,펠릭스가 그녀의 중요성을 알았을 때 그녀의 내부에서는 이미 그의 사랑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

 

 발자크의 작품에는 자신의 다른 소설 속 주인공들을 스토리 속에 등장시키는 점이 특이하다.그의 작품의 특징은 인간세계를 축소한 하나의 작은 세상을 그려 내는 점이다.그래서 발자크의 작품들은 인간희극으로 대표된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발자크의 작품에도 그의 삶이 녹아있다. 왕정복고와 나폴레옹 백일천하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기다.이 작품은 낭만주의  색체가 강하다.소설은 연애,심리,성장소설의 성격을 나타낸다.전에 읽은 스탕달의 <적과흙>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발자크는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사랑이란 감정을 언어로 엮어내는 언어의 마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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