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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중학교 1학년 때 세로 글씨로 씌인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를 읽었다. 책이 귀했던 시골이었기에 그 책은 내가 읽은 몇 권 안되는 책 중 한 권 이었고,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서는 스님의 그 청빈한 삶이 책 장을 넘기며 그려진다.수필 속에서 법정스님의 삶은 창호지로 풀칠한 산골의 단칸 방과 작은 앉은뱅이 책상,그리고 책밖에 없었다.그래서 내 기억 속의 법정스님은 27년 동안 아무런 성장도 없이 무소유의 모습 그대로 각인 되었다.그래서 어떤 분이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힐책할 때도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확신이 없던 나는 법정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다비식 장면을 보면서 또 한 번의 진정한 무소유를 느꼈다.
법정스님이 자신의 작품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도 출판사들은 출판을 했고,서점들은 판매를 하는 것을 보면서 법정스님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을 출판 하는 것이 옳은 일 일까? 법정스님의 유언에 따라 출판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 일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저자가 법정스님에 대한 소설을 쓴 것이 잘한 일일까? 의문을 품었다.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난 지금 나의 판단은 27년 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너무도 흡사하게 잘 그려냈다는 칭찬을 해 주고 싶다.글에서는 법정스님이 머물고간 맑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너무 맑아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정화시켜 준다.
법정스님은'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다소유가 미덕이 돼고,우리의 정신 또한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보니 삶이 무거워진다.진정 편안해지고 싶다면 우리는 물질과 정신 모두 가볍게 비워야 한다.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의 무거움에 물질의 무게까지 더 해져 문명인들의 삶은 휘청거린다.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며,하나라도 더 소유하기 위해 나와 너 나라와 나라가 아웅다웅 하는 이 시끄러운 사바세계에서 법정스님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무(無)의 세계로 떠났다.
출가한 스님이지만 소설은 출가전 고향의 사진과 출가전 세속에서의 삶도 그려 주고 있어서 법정스님을 존경하는 독자에게는 스님을 그리워하게 만든다.법정스님은 피안의 세계로 가버렸는데 독자에게 그리움을 남긴다는 것은 어쩌면 세속의 찌꺼기를 안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미칠 때쯤,저자는 스님의 선문답을 보여 준다.그래서 나는 법정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 버리고 진정한 수행이 어떤 것인가를 맛보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팔만대장경이 빨래판 같다는 신도의 말에 어려운 경전을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스님은 대중과 호흡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불교에 대한 앎이 거의 전무한 나같은 중생도 불교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스님은 애쓰셨던 듯 하다.
우리의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가 현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과거를 물이 흐르듯 흘려 보내고 미래를 물이 흐르듯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나는 아마도 삶의 통증을 많이 희석 시킬 수 있을 것이다.과거를 최소한으로 소유하고 미래를 최소한만 소유한 <무소유> 한 삶을 산다면 부처는 아마도 내 곁에서 미소지을 것이다.우리가 삶에 통증을 느끼는 것도 살아있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내 심장은 쓰리고 아프다.부모된 자 그 누구도 삶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무소유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법정스님 감사합니다.
"책 속의 내용이란 남의 것이다.술이 아니라 술의 찌꺼기다.니 것을 가져야 한다.니 것을 채우는 데는 참선이 제일이다"(P78)
'나는 근래에 와서 사람을 그리워해본 적이 전혀 없다.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면 삶에 그늘이 진다.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마주침이거나 스치고 지나감이다.그것에는 영혼의 메아리가 없다.영혼의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