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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요즘 인터넷서점가에는 전자책 열풍이 불었다.아마존의 킨들에 한발 늦은,그래서 급한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 앞으로 책의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전자책의 열풍 속에서 종이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이 책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처럼 접근해 볼 필요가 있겠다.꿈을 꾸는 듯한 제목처럼 일러스트가 너무 아름다워서 황홀해진다.그래서 고마운분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시와 에세이와 삽화의 만남이 빚은 멋스러운 책으로 ,글과 삽화가 반반을 차지한 160쪽 분량이다.자투리 시간에 틈을 내서 삶을 돌아 보기에 그만이다.그녀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이제야 나는 알 것 같다.이 미운 얼굴의 나는,누구의 탓도 아닌 조바심의 산물이라는 것을.(P10)
상처와 이해,성숙이라는 큰 틀안에 많은 소제목의 글들을 매일 조금씩 쓰는 일기처럼,시처럼,에세이처럼 그렇게 그녀는 외로움,고독,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고 받아들이고 이해하여 한층 성숙하게 태어난다.누구나 그렇듯 삶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누군가와 부대낄 수밖에 없다.부대낌으로 우리는 상처도 받고 부대낌으로써 이해도 가능하다.그래서 우리의 삶은 스스로 어루만져 줘야만 치유되고 한층 성숙해진다.그녀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내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에 약간의 통속적인 언어도 섞여 있어서 거친듯한 질감이 막걸처럼 동동주처럼 편안함을 준다.그것은 30대라는 나이가 주는 선물이다.하지만 그녀는 늦깍이 신인작가다.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아주 순수함이 묻어난다.책을 펴면 저자의 학벌이나 이력을 살피는 것은 이제 무조건반사가 되어버린 나.책날개에 저자의 이력이 없어서 궁금증이 더 한 그녀,결국 글 속에서 그녀를 만났다...괴물은 여전히 내안에 존재하고 있다.변변치 못한 과거,20대의 절망,빳빳한 자존심,이것들에 대한 후회..(P9) ..면접관이 보이네요.왜 이리 표정들이 거만한걸까요.괜히 주눅이 듭니다.그래도 전 목표가 있습니다.(P152)
그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시시콜콜한 희노애락을 아주 깔끔담백하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써 내려간다.그녀나름의 철학적 사유가 물씬 풍긴다.그러면서도 우리에게 강한 공감을 일으킨다.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그녀의 몽상 속에서 얻어진 듯한 꿈,사랑,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한 번쯤 있을 법한 일들...나에게 제자리는 없다.난 항상 조금씩 움직인다.자의든 타의든 내 자리에서 쉼없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움직이고 있다.우리에게 제자리란 욕심과 보편적인 안주의 혼합체 같다.보내기엔 아쉽고,차고앉은 자리는 만족할 수 없는..(P56)
삶의 고난을 짊어진 그녀의 고뇌가 나의 고뇌에게 말을 걸어온다.과거가 있기에 현재에 행복한 거라고,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짐이 있다고,그 짐에 맞는 지게가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가 가장 무겁다고 버거워한다.하지만 그녀 말에 귀기울여 보니 내가 지고 있는 짐은 내게 맞는 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나도 그녀처럼 가끔 우울과 몽상에 잠긴다..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욕구보다 현실이었다(P128)..그리고 지금 넌! 너의 발은 어디에 담겨져 있니?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