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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이 연인이었던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통해서다.그리고 나는 정혜윤님의 매력에 빠져버렸다.모든 책은 그녀의 손에서 마법처럼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방대한 독서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과 책 사이를 이어준다.나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무척 많은 책을 알게 됐고,또한 가장 좋아하는 작가도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찾았다.<황금가지-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보르헤스전집-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문명화과정-노르베르트 엘리아스>,<검은책-오르한 파묵>등 많은 작품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됐지만 보르헤스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행복하다.그런 그녀이기에 이 작품 또한 상당히 기대가 됐다.
현대인들은 고전을 잘 읽지 않는다.오죽하면 <교과서가 죽여 버린 책,고전><아무도 읽지 않는 책>등 고전 설명서가 나올까? 이 책은 그녀가 읽은 고전에 관한 이야기다.한마디로 책에 관한 책이다.책에 관한 책은 탐서가들이 읽기에 좋다.그녀는 한 권의 책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권의 책을 예로 들고 있다.15권의 고전을 설명하기 위해 그녀가 언급한 책의 분량만도 45권정도 된다.그래서 다독가들이 읽기에는 좋지만 독서 초보자들이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나 역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그녀가 언급한 고전 중에서 반은 읽었고 반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스토리만 알고 있는 책들이다.그것이 바로 고전의 비애다.
고전은 많은 세월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 텍스트다.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그것의 시의성에 있다고 본다.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가치를 담고 있는 것.그래서 고전은 현대에도 미래에도 부활한다.저자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그들의 행동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 주인공을 담고 있는 고전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이 책에서 다루는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마담 보바리>의 엠마,<카라마조프 형제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가 바로 그들이다.
나도 그녀와 똑같은 고전을 읽었지만,그녀는 나 보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받아들임의 폭이 훨씬 넓고 깊다.그래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기억의 곳간을 뒤적거린다.읽었던 고전에서는 내가 놓치고 지나간 부분을 되돌아 본다.내가 읽어본 고전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공감이라는 맛을 깊게 음미한다.<폭풍의 언덕>의 그 비바람 치던 언덕과 마차를.<위대한 게츠비>에서 한 점의 초록 불빛 데이지를.<변신>에서 벌레가 된 그레고리의 고독을.<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의 가슴앓이를.<마담 보바리>의 몽상과 허영을.<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육체와 영혼을 바꿔버린 미소년 도리언의 욕망을.<1984>의 빅브라더와 윈스턴과 현대사회를 엮어본다.
<골짜기의 백합><카라마조프 카의 형제들><설국><순수의 시대><주홍글씨><거미여인의 키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위대한 유산>은 읽어보지 못한 고전이었는데,그녀의 달콤한 속삭임에 나는 그만 깜빡 속아 넘어가버렸다.다음에 꼭 읽고 말거야!
인상깊은 구절
P10-그래서 세계는 두 번 진행된다.한 번은 우리가 그것을 보이는 그대로 보는 순간.두 번째는 그것이 존재하는 그대로 전설로 새겨지는 순간.
P13-삶 안에 또 하나의 삶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황홀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