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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가독성이 너무 뛰어나서 메모할 기회를 놓친다.그런 책은 그냥 스토리 자체를 즐기며 읽어 내려간다.그래서 막상 서평을 쓰려고 하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다.물론 저자가 여행작가이자 프리렌서 저널리스트라는 이력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이 책을 범주에 넣으려면 팩션에 가깝다.고고학과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만,스토리 자체는 허구다.그래서 팩션의 맹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그래서 인류의 기원과 소멸은 상당히 수수께끼와 같다.이 책도 그런 의문점에서 출발한 상상력의 소산이다.많은 역사서들이 인류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라고 말한다.이 소설도 터키 남동부 샤늘르우르파 근처의 고고학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의 약 1만 2000년 전의 건축물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고자 한다.우연히 한 청년에 의해 발견되 혀가 잘린 노인의 몸에서 발견된 인신공희의 흔적인 다윗의별 문양.딸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알콜중독이 된 마크 포레스터 반장은 이 사건을 추적한다.그러나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피해자들에게는 모두 잔인한 인신공희의 흔적이 발견된다.
약 1만 2천년 전 오랜 세월에 걸쳐 건설한 어마어마하게 큰 사원을 다시 매장해 버린 인류의 조상들, 그들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곳은 터키에 분리 운동을 하는 쿠르드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발굴중인 괴베클리 테페 취재를 간 해외특파원 로브는 우연히 이 사건에 얽혀 들어간다.사원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들에 의한 고고학자 브라이트너 박사의 죽음을 목격하고,뼈 전문가 크리스틴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박사가 남긴 비밀노트의 기록을 토대로 로브와 크리스틴은 사원에 얽힌 비밀을 풀어간다.비밀에 가까이 갈수록 그들은 비밀을 감추고자 하는 집단의 위험에 노출된다. 베일에 쌓인 헬파이어 클럽의 비밀,신비로운 종파 예지드파의 수수께끼,그리고 검은책의 실체.그 모든 것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지적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율리시스>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통한 지적유희는 정말 기가막힌 게임의 묘미가 있다.성경의 창세기에 언급된 지명과 터키의 지명에서 일치하는 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까? 하지만 이 책의 감점요인은 지나친 살인장면 묘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신에게 바치는 재물로 살해하는 인신공희의 장면들이 너무 지나치게 묘사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토할 것 같아서 여러번 쉬어야 했다.<황금가지>라는 학술서를 보면, 물론 고대에 인신공희는 저자가 묘사한 것과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스릴러라지만 비위가 약한 독자는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