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노트르담의 꼽추처럼 치명적인 외모의 그녀와 그런대로 잘생긴 그의 가슴 아픈 사랑의 회상.참 쓰라리다.읽는 내내 가슴 저미는 고통에 눈물날 것 같다.세상사람들은 사랑에도 공식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저자는 외모지상주의라는 세상을 향해 예리한 칼날을 내민다.저자가 이 작품의 영감을 얻은 표지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가 그린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난쟁이 여자> 또는 <라스 메니나스>라고 불린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스페인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공주와 왕녀 오른쪽에는 두 명의 난쟁이가 있다. 그 중 한 명은 왜소증에 걸린 독일인인 마리바르볼라(마리아 바르볼라), 장난스럽게 발로 개를 깨우려 하는 사람이 이탈리아인인 니콜라스 페르투사토이다. 모르스 라벨은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했다.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연애라고 보기 어려운 추녀를 사랑하는 남자와 못생긴 여자가 세상으로부터 받는 냉대를 아프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그는 열아홉에서 스무살 때의 기억을 회상한다.그리고 그녀가 들려준 벨라스케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가 선물한 모리스 라벨의 곡을 떠올린다.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그녀는 못생겨도 너무 못생긴 추녀다.사람들은 그녀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처럼 폭력적으로 대한다.그녀에게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버리고 간 어머니와 같은 아픔을 본다.그리고 세상의 편견에 분노한다.

 

 그녀와 그와 요한 형은 상대방에게서 같은 종류의 어둠을 본다.그와 요한 또한 아버지라는 동일한 어둠이 있다.그는 그녀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못생긴 여자의 비애를 본다.그들은 서로 교집합이자 부분집합이다.그들은 서로에게서 서로의 상처를 본다.그에게 그녀는,그녀에게 그는 사막과 같은 도시에서 어린왕자와 장미처럼 서로에게 길들여간다.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코 맛닿을 수없는 평행선이다.그래서 소설은 자연스럽지 않고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을 만들어 놓았다는 기분이든다.

 

 박민규의 글은 <근처>로 처음 만났다.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적 사유에서 탄생된 작품이다.이 작품은 예스24의 블로그에서 먼저 성공적으로 연재된 후 책으로 발행됐다.이 작품은 제목이 먼저 끌렸다.가끔 핑크와 스카이블루로 포인트를 준 독백처럼 들리는 문장들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소설 속에 더욱 빨려들게 만든다.주제 사라마구의 글이 문장부호를 생략한 실험적인 글로 유명하다.거기에 비해 박민규의 글은 음악에서 카스타토를 뜻하는 부호들이 소설로 비집고 들어왔다.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상만큼이나 말줄임표의 사용도 많다.그의 현재와 과거를 드나드는 회상.간간히 유머가 섞인 청춘의 기억. 시작과는 다른 블랙유머로의 충격적인 전환.간간한 양념이 더해지는 글. 단편 <근처>보다 훨씬 매끄럽고 아름다운 문장이 매혹적이다.책 속의 삽화와 같은 몇장의 엽서와 CD가 책과 함께 왔다.음악은 조용할 때 한 번 더 들어봐야 겠다.

 

 같은 여자이면서도 얼굴로 판단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우리가 가볍게 던졌던 농담이 그녀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심각하게 깨달았다.외모,학벌,재산,직장,등 그 어느 것에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된 선이라는 컷트라인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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