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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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소풍 갈 때나 수학여행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꼭 들렀던 코스가 바로'사찰'인데,절에가면 울긋불긋한 그림들이 정말 무서웠다.커서 돌아보니 그 탱화들은 지옥의 사천왕이었다. 사찰에 가면 무서워서 빨리 빠져 나오고만 싶었지, 한번도 제대로 살편 본 적이 없다.의례히 가던 코스이기 때문에 절마다 다 똑같은 절인줄 알았고,수박 겉핥기 식으로 구경만 해 왔다.사람들은 누구나 욕망으로 인한 번뇌가 끊이지 않는다.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고즈넉한 불교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이 책을 읽기 전, 불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과연 불교미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그런데 사진과 함께 저자의 글을 접하고 나니, 소경이 눈을 뜬 듯 전혀 몰랐던 세계에 빠져들었다.어렵게만 생각했던 불교에 다가서기에 좋은 책이다.전국방방곡곡의 심산유곡에 꼭꼭 숨어있는 사찰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 중 우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그림들이 너무 많다.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 눈에는 모두 같은 그림들로만 보였던 것이다!!

 

 유머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정서 가운데 가장 고차원적인 것으로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공통적인 언어다.여유로움 속에서 유머는 생겨난다.불교가 가진 비움과 여유로움의 미학이 바로 이런 해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불교미술은 그런 해학(익살,유머)을 다양한 재료와 주제로 표현하고 있다.이 책은 2008년 <불교신문>에 1년간 연재되었던 글들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그러다보니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의 글이 조금은 섞여 있다.하지만  저자가 겨냥한 독자계층이 어차피 불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상대로 쓴 글이라면 읽히는데 큰 무리가 없겠다.

 

<토끼와 거북>으로 표현된 그림이 중생과 부처란 것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니 아이들이 상당히 재미있게 본다.거북이 토끼를 데리고 가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유토피아다!! (피안의 세계.이상향의 세계).아이들에게 익숙한 그림이라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잠자리보다 작은 용>그림을 보자마자 아이가 요술램프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개구리 밑에 고생하는 용.술 취해헤롱거리는 용.불 붙인 긴 담뱃대를 호랑이에게 전달하는 토끼.해학적인 모습의 장승.앉은 모습이 파격적인 미륵부처석상.가려움을 참지 못해 곰방대같은 것으로 등을 긁고 있는 수행자의 모습.술취한 이태백이 파도타기 하듯 구부린 자세로 물고기 등에 올라타서 술병을 싣고 극락으로 향하는 그림은 정말 재미있다.잘못을 하고도 신에게 대드는 여자 중생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해학이다.

 

 사찰에서 산신을 모시는 산신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상식을 깨뜨리는 동물의 모습으로 표현한 다산의 상징인 성적인 표현의 작품들도 있다는 사실! 우리가 쓰는 일상어인 건달,아수라장도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불교미술작품들은 불교의 포용성과 관용성을.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질책하는 교훈적 해학으로.약자와 강자의 공존을.종교가 표현한 관념의 세계를 여성이나 동물등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부처의 음성을 상징하는 가릉빈가(새),범종,부처님을 상징하는 탑,사찰에 있는 작은 것 하나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사찰에 그려진 탱화나 석탑 등 많은 많은 불교 문화제가 상당히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란 걸 알겠다.모든 곳에 부처가 있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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