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깥은 그 무엇의 한 가운데 소속되지 않는 경계의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하지만 바깥에서 안을 보면 안이 오히려 밖이 된다.그래서 안과 밖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위치에서 본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하지만 요즘 세상은 레오나르도의 다빈치의 그림처럼 안과 밖 그 모든 것의 경계가 흐릿하다. 흐려진 경계는 그 모든 것에 해당될 수도 있고,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경계의 허물어짐은 이동의 자유로움을 준다.하지만 흐릿한 경계는  언제든 안과 밖이 서로 스며들고 섞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그래서 어제의 주류가 오늘의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오늘 없던 것이 어느 순간 생겨나서 세상을 주도 하기도 한다.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은 모든 것에 변화를 요구한다.하지만 그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거부라기보다는 지키고자 함이 맞겠다.자신이 옳다는 것에 대한,자신의 고집,주관을 유지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사회의 빠른 변화는 지키는 자에게 거친 물살과 같다.그들에게는 휩쓸리지 않기 위해 외롭게 지탱해야 하는 몫이 주어진다.

 

사람이든 사물이든,공간이든 시간이든,모든 밀려나고 사라지는 것들에는 사연이 있고 맥락이 있다.사연이 안타깝고 논리가 부조리해도 거기에는 도덕과 당위의 맥락으로 치환되지 않는 시스템의 힘이 있다.(P24)

 

 이 책은 2009년 한국일보의 기획기사 '최윤필기자의 바깥'을 토대로 만들어졌다.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26명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글만큼 사진의 양도 많아서 책에 여백의 미도 풍부하고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저자의 맛깔스러운 글솜씨는 양념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아~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느리게 사는 구나..느림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그들에게서 사람사는 냄새가,사람 사는 맛이 난다.속도에 취한 현대사회에서 느림을 고집하는 이들의 삶이 부럽다.

 

 요즘 3D입체영화에 적응하기 쉽지않은 노년층을 위한 허리우드클래식 영화관을 운영하는 여사장 김은주씨.평생 경주마로 달리다 은퇴한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이야기는 참 황당하지만,참신하다.사람이 아니지만 인간과 호흡하며 평생을 일한 당신 떠나라!~ 말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니까.마을사람들의 삶을 찍는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씨.연극계의 불황 속에서 연극인으로 삶과 생활을 짊어져야 할 가장으로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임학순씨.주류가 아닌 또 하나의 음악인 인디밴드의 타바코쥬스.나에겐 좀 무섭게 느껴지는 무당 천하대신 할머니.재미있는 손 부분모델 최현숙씨.우리에겐 아직도 3.8선이 있었지! D.M.Z의 모습.

 

1등만을 우대하는 사회, 금메달만 중요시 하는 사회에서 박태환의 그들에 가려진 수영국가대표 배준모.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박상영교장.풀피리연주가 무형문화제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우리사회 지식인그룹에 속하는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받는 사회적 대우는 참 경악스럽고 화가 난다.4대보험등 사회보장 혜택도 없고 연봉도 일반직장인보다 못하다.사라져가는 것의 끝자락에서 인터넷우표로 향하는 우표.유교의 좋은 점보다 우리는 남존여비,반상차별같은 유교의 폐단만을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 최근덕 성균관장.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동네서점들이 사라져 가더니,요즘은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자 인터넷서점의 앞날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책을 안 읽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중세와 같은 암흑기적인 징조다.이렇게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자신의 주관을 지키고 있는 출판사 개마고원. 팔리지 않은 책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 책 파쇄공장 모세시큐리티에 쌓인 책들을 보니 참 가슴이 아프다.저마다 이야기가 있고,삶이 있고,아픔이 있다.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