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황금빛 모래 사막은 내가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이방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내겐 존재하지 않는 꿈과 같은 사막은 그리움과 함께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멀리 있어서 아름다운 이방의 세계.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와 같은 <사막>을 나는 시를 읽듯 천천히 음미하면서 오랫동안 읽었다.빠르게 읽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르끌레지오의 서정적인 글은 전혀 다른 세계를 통해서 내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경험했을까?
주인공 랄라가 살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사막은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바다,하늘,노오란 모래와 강렬한 햇빛과 바람만이 지나는 고독한 공간. 그녀는 사막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그녀는 어머니가 죽은 후 고모 아암마 가족과 함께 시테에 산다.랄라는 물 눈동자라 불리는 알 아즈락의 후손이다.랄라는 고모에게서 청색인간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어부나망에게서 스페인과 프랑스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꾸며 벙어리 목동 하르타니를 사랑한다.하지만 아암마가 부자인 도시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자 랄라는 사막을 탈출한다.스페인 마르세이유에서 그녀의 생활은 현대 도시인들의 삶처럼 공허와 고독하다.그녀는 항상 사막을 그리워하며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언제든 도시를 떠나고 싶어한다.
누르는 언제부터인지 어디까지 가야하는 줄도 모르는 약속의 땅을 찾아 가는 대상의 행렬에 있다.누르는 알 아즈락이라 불리는 청색인간,시디 모하메드의 자손이다.프랑스와 북아프리카 유럽인들 기독교군의 공격으로 아랍왕국은 몰락을 향해 가고 있다.그들은 황금으로 무장한 최신무기 앞에 최후까지 저항을 하는 마지막 남은 청색인간들이다.그는 대족장 마 엘 아이닌과 함께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 '랄라'가 이 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만약 랄라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다면 이 소설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랄라'라는 이름은 상당히 어리고,순수하고,밝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그래서 읽으면서 자꾸 소녀의 나이를 잊어버리게 된다.그녀가 사막을 탈출할 당시 나이가 17살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상당히 헷갈리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가 문맹인점,그 시기가 1910년 전후인 점을 생각해 보니 르끌레지오가 표현한 순수한 랄라의 이미지에 공감이 간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정확한 장소가 어디인지 알고 싶어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도를 찾아봤다.읽다보면 그녀가 메디테네에에(지중해-Mediterranee)..라는 노래를 자주 부른다.그래서 지중해부근 어디쯤에 있는 사막이리라 생각해 본다.아프리카 북부에서 서사하라 사막을 찾을 수 있었다.서사하라 사막이 스페인과 가까운 사막이기때문이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세 권의 책을 합쳐 놓은 합본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소설의 처음부터 중간까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인공 랄라의 고향 사막에서의 삶을 다루는 부분은 서정적이고, 랄라의 도시생활 부분은 삭막한 현대인의 도시 생활을 보는 듯 현대소설 같고,중간에 가끔 등장하는 누르의 이야기는 랄라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궁금증을 끌고 간다.마지막부분은 사막의 아픈 역사소설을 읽는 듯 하다.조선의 마지막을 보는듯 아픔이 느껴진다.하지만 조선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의 후손이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듯이,청색인간의 후손들 역시 랄라와 하르타니와 누르를 통해서 지금도 사막을 지키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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