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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 Mr. Know 세계문학 15 ㅣ Mr. Know 세계문학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은 정신의 미로다.들어가기는 쉽지만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 놀이.우리는 그 미로 놀이를 즐기기 위해 장서관으로 향한다.서점,도서관,개인서가는 미로로 통하는 지름길이다.종교재판을 피해 산 속에 만들었던 이교도의 미궁,사막에 숨겼던 미궁등 중세에는 많은 미궁이 있었다. 중세 이탈리아에 실재했으리라 짐작되는 이 소설 속 수도원의 장서관은 미궁으로 설계되어 있다.그 동안 봐 왔던 미궁과는 그 모양이 독특한 수학적,과학적,신학적 요소를 섞어 설계한 미궁이다.책머리에 실제미궁의 설계도면을 싣고 있어서 움베르토 에코는 아드소의 수기가 실제했던 기록일 거라고 말한다.아드소의 수기는 그가 수도원에 도착한 날로부터 7일간의 기록이다.
[로마서브로사]가 비밀 장소에 장미를 놓던 관습을 말한다면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 역시 비밀에 가려져 있던 과거의 은밀한 사건을 들춰내는 이야기를 뜻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명성때문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이 책의 줄거리가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서 ,내가 읽었던 책인지 안 읽은 다른 책인지 분간이 안 돼서 읽기를 머뭇거리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멜크 수도원의 젊은 베네딕트회 수련사였던 아드소는 이단 조사관이었던 배스커빌의 윌리엄 수도사의 필사 서기겸 시자(侍者)로 놀라운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그의 사부 윌리엄은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라 수르스 수도원?)수도원을 방문한다.그들이 수도원에 도착하기전에 채식사 아델모수도사가 시체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번역사 베난티오가 살해되고,다음날은 보조 사서 베렝가리오가 살해된다.그들은 모두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수도원장은 이 사건을 윌리엄 수도사에게 일임하면서도 장서관만은 윌리엄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수도원에서 장서관은 금단의 구역이다.교회는 지식을 장서관에 가둬 둠으로써 지식이 일반에게 알려 지는 것을 금하여 교회의 권위와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그래서 장서관의 입출구는 보조사서에게만 비밀을 전한다.사건을 밝히기 위해 윌리엄과 아드소는 수도원장 몰래 장서관에 잠입을 시도한다.하지만 그들은 비서와 금서의 보고인 미궁으로 설계된 장서관에서 헤메게 된다.정신의 미궁이며 지상의 미궁인 금단의 장소 장서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책 사이에서, 서책과 함께, 서책으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용의자는 누구일까? 본초학자 세베리노,이단 혐의를 받고 숨어든 우르베티노,보조사서 베렝가리오,아델모와 가깝게 지낸 장님인 호르헤 노인,베난티오,말라키아,장서관 수사를 금하는 수도원장,유리 세공사 니콜로등이 먼저 일반적인 용의자로 추정된다.홈즈처럼 뛰어난 관찰력,영민한 추리력,논리적인 설명,상대의 허 찌르기,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철두철미함 ,자기확신과 학다식한 윌리엄의 확대경으로 들여다본 역사추리소설의 재미에 흠뻑 빠져든다.
돋보기 안경을 표현한 아드소의 글에서는 웃음이 난다.포크 사용이 대중화 되기전인 반문명의 단계.당시 건축술의 놀라운 기법들.중세에 이교도에게 유행했던 암호등은 이 수기를 기록한 아드소가 18세기 사람이어서 주는 재미다.그러면서도 교회사에 관한 많은 기록은 일반독자가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소설은 이단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사람들을 화형대 위에서 사라지게했던 중세의 진실,수도복 안에 감춰진 금서에 대한 지적인 욕구와 거래되는 육욕등 윌리엄과 아드소의 눈으로 파헤친 교회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들춰내는 기록이다. 다른 소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이 책만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아마도 종교적 철학의 깊이를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한다.(P132) 나는 우르베티노와 이야기할 때면 지옥이란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이란 인상을 받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