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6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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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소설 일 수만 없는 이유는 그 시대적 상황을 내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반성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과흑> 역시 다른 고전들처럼 스탕달 자신의 삶이 상당히 많은 부분 녹아 들어갔다.스탕달이 살아온 시대가 바로 검은 하늘에 먹구름 일고 폭풍우 휘몰아 치는 프랑스의 대변혁기 였다.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의 백일천하,왕정복고가 그의 시대에 걸쳐 진행되었고,그는 나폴레옹 통치기간에 정계에 몸 담았기 때문이다.그래서 <적과흑>은 프랑스 정치사이자,그의 연애소설이자 ,그 시대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추리소설이다.거기에 더해서 스탕달은 자신의 많은 기대와 사상과 비평을 담아서 쥘리엥을 재창조했다.그래서 쥘리엥이라는 인물의 성격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1편이 쥘리엥과 드 레날 부인과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2편은 쥘리엥과 드 라몰 후작의 딸 마틸드와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1편이 운명의 서곡이었다면 2편은 가혹한 운명의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1편에서는 순수했던 시절의 드레날 부인과의 사랑을 말한다면 2편에서는 마틸드와의 사랑은 가식적인 부분이 많다.마틸드가 살아온 귀족 사회가 바로 가식적인 세계이고,쥘리엥은 그 가식적인 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희구하기 때문이다.또한 시골이라는 순수한 공간과 도시라는 복잡하고 위선적인 공간 또한 많이 다르다. 귀족처녀 마틸드의 변덕적인 성격과 그에 대응하는 쥘리엥의 대응방법은 2편에서 연애심리묘사에 뛰어난 스탕달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중세식 사랑법을 갈구하는 마틸드의 특이한 성격은 왕정복고후 귀족사회의 권태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그것은 쥘리엥의 운명을 예고하는 복선 같은 것이기도 하다.알타미라라는 음모가 역시 쥘리엥의 운명을 예고하는 복선이다.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그의 운명은 어쩌면 나폴레옹을 닮아가도록 미리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2편의 결말부분에서 독자는 상당히 당혹할 수 있다.비록 위선적이기는 했어도 미천한 태생을 벗어나 귀족으로 발돋음 하고자 몸부림 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그의 비상을 바랐다.하지만 스탕달은 그에게 그 시대의 논리를 벗어나면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알리고자 한다.이 소설이 가난한 하층민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없었던 원인은,스탕달이 이 소설의 소재를 그 시대의 실재 두 가지 사건에서 착안한 것이기 때문이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한다.쥘리엥은 너무 높이 날려다 날개가 부러지고 마는 시대의 희생양이다.자기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자살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고독한 천재는 그 자신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내면의 몸부림으로 인하여 자멸하고 마는 것이다.그래서 이 퇴폐하고 권태로운 시대가 쥘리엥이란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고전이 오랜 세월을 두고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사의 시의성에 있다.로베스피에로같은 세력을 두려워 했던 그 시대의 귀족처럼,쥘리엥같은 하층민의 자유주의적 사고를 두려워했던 왕당파처럼 ,21세기에도 기득권세력은 여전히 자신이 가진 것을 급진세력에게 잃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한다.그래서 왕정복고 후의 프랑스 귀족층에 눌어붙은 권태로움은 역사가 다시 피로 쓰일 수밖에 없는 수레바퀴를 돌리게된다.스탕달이 위대한 것은 똑같은 사건에서 두 개의 다른 판결이 나온 그 시대의 불합리함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어쩌면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는 사형제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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