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홍신베이직북스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중 옮김 / 홍신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만일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체포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런 일이 나에게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으면서도 또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한 개인이 보이지않는 유령같은 권력이나,국가라는 조직에 의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그것들의 부조리함을 나는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독일계 유대인을 아버지로 둔 이방인 같았던 카프카 개인의 태생적인 근원으로부터 이해를 시도해본다.

 

 은행의 업무주임인 주인공 요제프 K는 어느날 갑자기 체포된다.자신의 하숙집에 들이 닥친 낯선 두 남자(감시인 프란츠와 뷜렘)에게서 거주지이탈의 자유를 구속 받는다.그들은 K에게 어떤 죄목도 알려 주지 않는다.K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무고한 사람을 체포한 조직의 하수인인 감시인들과 관리인들의 행동은 부패되어 있다.

 

 작품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정확한 언급을 회피한다.그래서 독자의 눈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지은 죄가 없으면서도 무죄를 입증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부패한 사법제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전혀없다.그가 만날 수 있는 한계는 예심판사까지이며,실제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 권력자는 결코 만나지 못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 <변신>이 실린 단편집 한 권밖에 못 읽어봤다.그의 작품에 대한 느낌은 종잡을 수없이 충격적이고,어렵다는게 나의 첫느낌이었다.그래서 이 작품 역시 쉽지 않으리라 예상하고,고전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읽었다.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당히 카프카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카프카의 작품이 읽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건조한 문체에 있다.건조한 문체는 읽기에 지루함을 더해주고,어떤 이미지를 떠 올리기를 어렵게 한다.

 

 이 작품에는 그의 직업적인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카프카가 대학 졸업 후 형사 재판소와 민사 재판소에 일했던 경험은 이 작품 <심판>에 전체적인 바탕을 이루고 있다.주인공 요제프 K의 직업이 은행원인 것 또한 그가 재해보험협회에서 일했던 경험의 반증이며,주인공 K는 그의 분신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군부독재정권아래 학생들이 운동권이란 죄목으로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고,정치인들이 좌익이란 이름으로 갑자기 잡혀 가기도 했고,산업전선에서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잡혀가기도 했다.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을 읽으면서 우리의 지난 역사를 거울로 들여다 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물론 카프카가 이 작품을 썼던 당시의 체코의 프리하의 역사도 어느정도 염두에 뒀으리라 생각된다.물론,종교적인 그 어떤 알레고리적인 내용일 수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