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 프랑스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드니 디드로 외 지음, 이규현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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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 나라별로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만을 모아서 엮은 창비세계문학(전9권)중 프랑스편이다.이 한 권 속에는 14명의 프랑스작가들의 대표적 단편 한 작품씩 들어있다.단편이지만 우리기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작품들만을 싣고 있어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드니 디드로의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의 첫문장에서 한 말을 보면 그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을 선호하는 것 같다.이 작품은 조금 혼란스럽다.이 작품 속에 소재목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화자는 서론,본론,결론 형식의 논쟁 비슷한 짧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사람마다 저마다 타고난 천성때문인지,환경탓인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도 다양하다.이 작품에서는 착한남자 따니에와 나쁜여자 레메르 부인커플,나쁜남자 가르데유와 착한여자 라 쇼양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화자는 어쩜 그게 더 세상사를 더 잘 풀려나가게 하는게 아닐까? 라고 말하며 논쟁의 결과는 최후의 심판의 몫으로 남겨둔다.흔한 재료이지만 드니 디드로의 손맛때문인지 그 맛은 독특하다.

 

 오노레 드 발자끄의 작품들은 <고리오 영감> 속의 인물들이 후속 작품에 연결된다.이 작품<붉은 여인숙>에서 친구와 함께 여인숙에 묵었던 스무살의 초급 군의관 프로스뻬르 마냥은 살인의 누명을 쓰고 죽는다.그가 무죄라고 확신한 헤르만씨가 살인자가 참석한 만찬에서 이야기 한 것을 나(화자)가 정리한 이야기다.화자는 죄인으로 지목되는 따이유페르의 딸인 빅또린을 사랑하면서 갈등을 겪는다.이야기 속 이야기의 구조를 갖는 작품으로 재미있다.이 작품도 <고리오 영감>처럼 욕망,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딜레마등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인간희극이다.

 

 <카르멘>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푸른 방>의 저자 프로스뻬르 메리메가 그 작품을 쓴 줄은 몰랐었다.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이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의 패러디로 보인다는 점이다.주인공 레옹과 그녀는 <보바리 부인>에서 레옹과 엠마가 도망가기로 한 장면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여관에서 ,피가 그녀의 슬리퍼를 적시는 것을 목격하고도 불륜관계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도망가려다 여종업원의 말 한마디에 주인공이나 독자는 웃음을 그칠줄 모른다.추리소설같은 긴장을 몰고 가다 희극으로 둔갑해버리는 기가막힌 단편의 묘미를 맛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쥘 아메데 바르베 도르비이 의<무신론자들의 저녁식사>는 무신자인 메닐그랑이  성당에서 고해 하는 것을 목격한 옛동료 랑쏘네가 무신론자 장교들의 저녁식사에서 그 이유를 추궁하자, 메닐그랑은동료의 애인이자 그의 연인이었던 로잘바와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그가 주교에게 준 심장에 얽힌 오싹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다. 고띠에의 <죽은 여인의 사랑>장자의 나비꿈처럼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죽은 끌라리몽드와 사제인 로뮈일드의 사랑이야기로,그녀가 흡혈귀인 줄 알게 된 후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다.이 이야기는 알레고리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마르쎌 에메의 <난쟁이>는 서커스단의 난쟁이 발랑땡이 어느날 갑자기 키가 자라고 난 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다.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환상적인 이야기지만,카프카의 <변신>처럼 많은 생각의 여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의 <어떻게 왕부는 구원 받았는가>는 서양인이 쓴 동양적인 이야기지만 신비롭고 감동적이다.화가가 그림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이야기는 동양고전에서 한번쯤 접했던 작품과 비슷한 내용이다.

 

 알랭 로브 그리예의 <바닷가>는 단 6장의 소설로 독특하다 못해 소설보다는 한 폭의 풍경화 같고,스냅사진 같아서 줄거리랄 것이 없는 영화소설로 시각적인 이미지만 남는다.쥘리앙 그라끄의 <코프튀아 왕>은 <율리시즈>나 <댈러웨이 부인>처럼 단 하룻동안 일어나는 일을,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기억에 의존해서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그래서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었다.14편의 작품 모두 저마다 독특한 맛이 있어서 프랑스단편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수 있다.특히 프랑스 근현대소설의 흐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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