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도 그 어떤 경계가 불분명해서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스푸마토기법의 모나리자를 만난 느낌이다. 화자는 조각조각 기억의 파편들을 엮어내고 있다.그래서 독자는 책에 몰입하기 어렵고 흐름을 놓치기도 하고 이야기의 단절감을 느낀다.그러면서도 고전처럼 은은하게 읽히는 책이다.암호처럼처럼 들리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인해서 뜻이 모호해지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그래서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렵다.어린왕자의 이야기 속 사막과 같은 신비로운 느낌의 사막으로 우리는 서서히 끌려 들어간다.어린왕자와 장미같은 사랑과 우정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좀 어려운 소설에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읽어봐야한다.스토리 진행이 빠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하기 그지없을 것이다.그러나 잔잔한 감동을 원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전쟁보다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2차대전을 배경으로 아프리카의 사막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그 공간적인 배경의 스케일이 크다.하지만 스토리의 진행상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의 경계는 허물어져버린다.

 

 비행기의 추락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어 그의 신원조차 파악이 어려운 파일럿을 해나는 영국인 환자(The English Patient)라고 부른다.간호사였던 해나는 종전후 모두 떠난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건물에 영국인환자와 스스로 남겨진다.많은 부분 영국인 환자의 회상이 차지한다.

 

 탐험가인 영국인 환자는 1930년 길프 케비르 고원의 대부분을 지도로 만들면서 제르주라고 하는 잃어버린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다.그는 제프리 클리프턴의 아내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다.그 사실을 알게된 남편의 비행으로 남편은 죽고 캐서린은 중상을 입지만 그가 구조를 요청하러 다녀온 사이에 그녀는 죽어있다.그가 가지고 있던 책 키플링의 <킴>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그의 일생과 캐서린의 사랑과의  운명같은 하는 묘한 관련성을 가지고 스토리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해나의 이야기.그녀는 캐나다출신으로 유럽전선으로 파견된 간호사다.해나 역시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를 가지고있다.그는 전쟁중 아이를 스스로 지웠고,아이의 아버지 역시 죽었다. 전쟁에서 홀로 죽어간 아버지에 대한 아픔을 견디지 못한 그녀의 정신은 상처를 입었다.그녀의 영국인 환자에 대한 사랑은 플라토닉하고 박애주의자와 같은 사랑이다.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시크교도이지만 영국인 공병 킵.많은 부분 킵의 회상이 차지한다.그는 나라를 잃은 식민지 국민이며,정신적인 지도자를 잃었다.생사를 건 불발폭탄해체작업을 하면서 그와 해나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연합군 첩자였던 카라바지오는 적에게 잡혀 두 손을 잃고 붕대를 감고 있다.그래서 그는 모르핀에 의지하는 모르핀 중독자다.카라바지오는 그녀의 아버지의 친구로 그는 해나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많은 부분은 그의 회상이다.카라비지오는 영국인 환자의 정체를 밝히기위해 환자에게 모르핀을 주사하여 환자의 이야기를 끌어낸다.그는 영국인인 환자가 헝가리인 첩자 알마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런 부분들은 추리소설같은 매력이 있다.

 

 꿈꾸듯 화려한 문장들은 러브스토리리를 더욱 애잔한 감동으로 이끌어간다.이국적인 지명들은 우리를 낯선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간다.다 읽고나서도 안개속에 갇혀있는 느낌이다.결코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듯 갑갑함,모호함 속에 나는 그대로 서 있다.사실과 허구가 혼재된 환상과 실재 속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어떤 선상에서 치유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있는 그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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