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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사랑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다시 사랑하지 못하는 병은 지독한 트라우마다.사랑에는 이성이라는 눈이 없기때문이다.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것이 사랑이다.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하지만 인간이 정해놓은 기준들은 사랑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강요한다.자신이 정한 테두리 또는 사회가 그어 놓은 울타리 내에서만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우리들의 사랑에는 합집합일 때보다 교집합일 때가 더 많다.아물지 않는 상처로 다시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필요할 때 도망칠 수 있도록 뒷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사랑이 공포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당신은 혼자 버려졌던 경험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P28
사랑에 실패하고 직장까지 잃은 27세의 여주인공 헤르만카로는 불안과 발작증세로 정신과전문의를 찾는다.심리치료사 아네테와 꾸준한 상담으로 그녀는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녀는 때론 패닉상태에서 때론 불안에 대한 불안(연쇄적 불안)에서 탈출하고자 하지만 불안은 항상 그녀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그녀의 불안은 어린시절 성장배경에서 자라나 자신도 모르게 똬리를 틀었지만,그녀는 그것을 패닉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인식한다.그녀는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경계선 넘기,과도기적 사랑,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이야기.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메는 여정이 재미있게 때론 황당하게 그려진다.
고전을 좋아하는 나에게 현대소설들은 너무 가볍다.하지만 이 소설은 칙릿소설보다는 무게가 있다.팔딱팔딱 뛰는 20대의 사랑이야기는 가벼울 수 있지만 우울,불안,정서장애,적응장애 등을 다루는 심리학적인 요인들이 이 소설을 상당히 수준 높게 끌어 올려준다.접근이 어려울 수 있는 정신과적인 문제들을 쉽게 재미있게 소설로 그려내 주고 있어서 저자의 능력이 돋보인다.하지만 우리 문화와 너무 다른 독일 청춘들의 사랑의 모습은 많이 황당하다.내가 너무 촌스러운 걸까?
"균형 잡힌 삶은 가족,사랑,집,직업,그리고 친구라는 다섯개의 기둥 위에 서 있어요..최근 이 중 몇 개가 부러진 것 같아요.또 그것 때문에 삶의 균형이 무너진 거구요-P123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고독하다고 버지니아 울프는 말한다.사랑은 가슴 속에 꽂힌 화살 같은 쓰라림을 동반한다.어떤 사랑은 그것이 실체가 없는 허상임을 깨어난 후에야 느끼는 공허한 것이기도 하다.인생은 감방의 벽을 긁는 것이라고,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감옥을 사랑이라는 꽃으로 장식해서 아름답게 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나이만큼 불안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그것은 가식이라는 탈을 쓰고 숨어있다.그것들은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다만 그것들고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