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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선옥 옮김 / 집사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버지니아 울프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속에서 만났고,정작 그녀의 작품은 작년에 <자기만의 방>으로 처음 만났다.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시대에 앞서가는 인물이었는지 알고 놀랐다.물론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세련된 문체에 반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이 작품 역시 쉽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고전에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었다.이 작품은 <자기만의 방>과는 너무 많이 달라서 당황했다.시작부터 화자가 거론하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고,요즘 소설들처럼 어떤 커다란 사건이나 줄거리가 있어서 몰입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전이 왜 고전이겠는가! 대부분의 고전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법들을 만들어낸다.이 작품도 <율리시즈>처럼 1923년 6월 13일 수요일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클라리사라는 인물과 런던의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루동안의 의식을 따라 가고 있는 소설이다.무의식의 내면세계를 펼쳐내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슷한 느낌이다.앞장에 델러웨이 부인이 산책한 런던 지도가 나와 있어서 지도를 따라가면 책의 내용이 더 쉽게 다가온다.
쉰두살의 여주인공 클라리사는 그녀의 옛연인 피터 월시가 런던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열여덟살때의 그녀를 회상한다.그녀는 더 이상 클라리사가 아닌 댈러웨이 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결핍과 공허감을 느낀다.그녀는 산책하던 중 많은 과거의 일들을 회상한다.하원의원 부인이면서 파티를 좋아하는 클라리사에겐 그날 저녁에는 파티가 있다.그날 아침 과거의 연인 피터 월시가 찾아 온다.그들은 짧은 만남후 헤어지지만,많은 부분은 서로의 회상이 차지한다.그녀의 딸 엘리자베스는 당시의 그녀정도의 나이로 자랐고,피터월시는 엘리자베스 또래의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
젊은 참전용사 셉티머스는 정신장애로 환각과 망상에 시달린다.저자가 소녀 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의 재발로 1941년 우즈강에 투신자살 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면 그녀의 병력은 셉티머스라는 인물을 구상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셉티머스의 역할은 사회적 의식이라는 무게를 실어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피터 월시를 사랑했지만,그를 버리고 정치인과 결혼한다.그녀는 우아하고,사교적이지만 파티를 좋아하는 속물적인 여자이기도 하다.저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설정으로 ,파티에서 런던의 정계를 우리의 정치일번지인 여의도처럼 들여다 보여준다. 버지니아 울프가 정당을 파티로 구상했다는데 그녀의 천재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그녀의 기억에 의존한 이야기를 때론 그녀 자신의 화법으로,때론 그녀의 기억 속의 상대방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한다.그래서 딱 꼬집어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그녀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포함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작품을 썼을 당시 그녀의 나이 탓인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성숙하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