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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름 많은 책을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책은 항상 나를 갈증나게 한다.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만큼이나 많은 책에 대한 갈증들을 가장 잘 풀어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인문학 서적인 책에 관한 책들이다.이 책의 저자 김경집님은 북 멘토라고 한다.하지만 나는 TV를 잘 안 보기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다만 글로 그 사람을 알아볼 뿐이다.저자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꽃의 향기에 취하듯 그의 글이 발하는 책의 향기에 취한다.
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속도와 풍경을 함께 누리는 그런 삶을 가져다주는 책탐은 그래서 행복하다-프롤로그
저자가 소개한 책중 가장 감동 깊었던 글은 장 도미니크 보비의 삶을 다룬 <잠수복과 나비>다.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져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 한쪽을 깜빡이는 것뿐.보비가 15개월 동안 20만 번 이상 왼쪽 눈을 깜빡거려서,그것을 대필자인 클로드 망디빌이 2백만번 이상 알파벳을 읊으며 완성한 책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여성들의 끔찍한 할례를 고발한 와리스 디리의 <사막의 꽃>. 지하차도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줄리어드음대 출신의 흑인 노숙자 나다니엘과 칼럼니스트 로페즈가 음악을 통해 교감을 나누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실화 <솔로이스트>.
직접 여행을 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에 관한 책은 읽지 않던 내게 저자의 글은 여행기를 읽고 싶게 충동질한다.여행은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내밀한 자신을 만나는 새로운 동반이다.프랑수아 모리악의 말처럼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다’-P60
이 책을 읽고난 후,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쉽게 쓴 글이라는 생각에 읽기를 기피해 왔던 나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좋은 수필이란 작가의 진정 어린 태도와 사물에 대한 작가 고유의 인식과 견해 그리고 작가만의 개성 있는 표현방식인 문체가 갖춰져야 한다-P72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인문학을 통해 주체적인 살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희망의 인문학>은 인문학에 대한 나의 편견을 날려버렸다.(인문학이란 문학,역사,철학,예술등)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콩고의 눈물이 서려 있다는 걸 몰랐었다!
<감응의 건축>경회루가 그냥 커다란 누각쯤이라고 생각했는데,그 진면목은 연못에 비치는 인왕산,북악산,남산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는 데 있다-P339 .경회루에 가보고 싶어진다.김소진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신화의 시대>를 미완의 상태로 상태로 생을 마감한 이청준님의 작품들도 올해는 접해 봐야겠다.
P160~175까지는 인쇄상 오류가 있어서 독자가 황당할 수 있다.<세계화룰 둘러싼 불편한 진실>부분이 반복 인쇄 되어 있다.이 부분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괜찮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북 멘토 김경집님이 탐하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다.그가 탐내는 책들은 서가에 꽂혀있는 얼굴없는 책들,말없이 고이 돌아서 등을 돌리고 서있는 책들이다.바로 숨어있는 진주찾기다.정성껏 잘 만든 좋은 책인데도 빛을 보지 못한 책들,빛을 봤다가도 잊혀진 책들이 그의 손에서 살아 숨 쉰다.그가 책을 소개하는 방법 또한 신선하다.50여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같은 듯 다른,다른 듯 같은’ 두 권 이상의 책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정말 탐이 나는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