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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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까지 읽고 나니 1편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연히 잘 드러난다.이 책은 성인이 읽어야 한다.그래야만 외설스럽다는 편견이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떨쳐낼 수 있다.1편만 읽었을때는 성적인 표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도 드러내지 않고도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었을텐데,굳이 그렇게 성적인 표현을 해야만 했을까? 의문스러웠다. 또 한가지 계급갈등에 대한 부분도 1편까지만 읽고는 많은 것을 알아내기 어려웠다.하지만 2편까지 읽고나니 그 부분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이 작품에서는 지배계급과 섬기는 계급사이에 이루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연이 존재한다.

 

 2편에서는 코니가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나고 클리퍼드에게 아기를 가졌다고 통보를 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한다.멜러즈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전처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그 일로 해서 그들의 관계가 세인들에게 주목을 받을 뻔한 위기를 겪는다.코니와 멜러즈는 각자 이혼을 하고 결혼을 해서 떳떳하게 살기를 바란다.많은 소설에서 이들과 같은 사랑은 불륜일 수밖에 없고,불륜으로 단정해서 이들에게 잔인한 단죄를 해버리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이들의 사랑에 손을 들어주는 편을 택하고 있다.로렌스는 이 작품에 성의 억압과 금기,성과 권력과의 관계등 많은 부분을 알레고리적으로 집어넣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성에 대해 어떤 솔직한 태도가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한다.빅토리아 여왕시대(1837~1901)부터 성은 은밀하게 유 폐된다.성의 장치가 지배계급에서 확립된 것은 부르지아지가 스스로 창안한 권력과 앎의 기술체계에 의해 자기 계급의 섹스를 이처럼 에워쌈으로써,자기 계급의 자기 계급의 육체,감각,쾌락,건강,존속의 높은 정치적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성의 역사1-미셀푸코지음)

 



 로렌스는 지배계급인 클리퍼드에게서  인간의 온갖 추악한 모습을 투사하고 있다.비인간적이고,공허하고,추상적이며 관념적이며,무생물적인 존재로 이 보다 더 끔찍할 수는 없다.코니는 일찌기 미셀푸코가 말했던 결혼이란 권력장치의 희생물에 불과하다.

 

 반면 피지배계급인 멜러즈는 그의 모든 사상을 응축하고 있다.인간에게 정신이 빠진 사랑은 동물적인 육욕에 불과하며,따뜻한 가슴이 아닌 냉철한 가슴으로 하는 육체적인 사랑 또한 육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멜러즈를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로렌스는 인간이 성에 대해 경멸하면서도 성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비판한고 있다.산업화이후 돈이 인간에게 숭배의 대상으로 떠 올랐고,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다.물질만능주의는 우리의 생을 갉아먹고 있다.로렌스는 이 모든 것들을 예언적으로 이 작품에 그려 넣고 있다.놀라운 혜안이다.현재 우리 주변을 보면 그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나 역시 그 모든 인간 사회의 메카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로렌스는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 하나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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