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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사이먼 크리칠리 지음, 김대연 옮김 / 이마고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철학은 따분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철학자들은 어떻게 죽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발상이 기발하다.먼저 책의 제목에 웃음이 나온다. 철학자들은 대부분 괴짜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이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감히 웃음이 나온다.그것이바로 철학의 힘 아니겠는가.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인간은 모두 자연이 사형선고를 내렸다."-20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우리는 매일 잠이라는 죽음을 경험하지만 그것은 죽음과는 다른 휴식이다.잠은 뇌의 활동이 있지만 죽음은 뇌의 활동이 멈춘 상태이기때문에 잠과 죽음은 전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나 역시 내 존재가 소멸되고 난 후에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갈 거라는 공포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밀어내게 만든다.
인간이 창조된 목적은 시작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이다-한나 아렌트(P317)
이 책에서는 190여명의 철학자들의 죽음을 통해서 철학에 쉽게 다가간다.황당한 죽음이 많아서 웃지 못할 웃음이 나온다.
퓌타고라스는 콩밭은 피하려다 쉬라쿠사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50
아퀴나스는 여행 도중 굵은 나뭇가지에 부딪혀 부상을 입고 49세의 나이로 숨졌다.-165
티코 브라헤는 잔치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잔치를 망치는 대단한 결례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에 오줌을 참다가 방광이 터져 죽었다-181
가족들에게 자신을 산 채로 매장하라고 지시한 폴레몬-118
이븐 가비롤은 한 무슬림에게 살해당해 무화과나무 아래 매장당했으나 무화과 열매가 너무 달콤해 의심을 불러와 살인범이 체포됐다-154
삶의 총량이 아무리 길다 해도 죽음의 영원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루크레티우스(P94)
그들의 죽음에 관한 일화는 단순히 웃고 끝나는 코미가 아니다.철학자들에 죽음은 또 하나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뒤집어 생각해보는 철학자은 무신론이나 유물론,범신론쪽에 가깝다.그래서 그들은 종교적으로 많은 탄압을 받기도 했다.결국 철학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처럼 그 유한성으로 인해 언젠가는 소멸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그 유한성을 깨닫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죽음과 탄생은 생명이 영원히 변모하는 듯 보이기 위해서 벌이는 그 자체의 투쟁일 뿐이다(P253)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복잡한 감이 있다.철학자들의 수를 반으로 줄였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확연히 드러나고 내용이 더 깔끔했을 것 같다.철학에 무지한 나는 마키아벨리나,아벨라르등 의외의 인물들이 철학자로 언급되어 있어서 놀랐다. 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나에게 어떤 말들은 암호처럼 들린다.그러니까 철학이겠지.
존재는 시간이란 것이다-하이데거(P296)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나의 죽음관은 동양적인 윤회설에 가깝다.그 사람이 어떤 병으로 죽을지는 자신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고 한다.책을 좋아하는 나는 책을 읽다가 잠을 자듯 그렇게 평화롭게 죽으면 좋겠다? 난 부양가족이 있어서 아직은 죽기 싫은데 ㅎㅎ 어쨋든 철학을 재미있게 접하면서 철학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진정한 철학은 세계를 보는 법을 다시 배우는 데 있다-메를로퐁티(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