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다닐때 열심히 외웠던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이 책을 읽으면서 아픔과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인간 이하의 삶을 알아야 하는 불편함,그들의 비참하고 처절한 삶 너무 고통스러워서 몇 번이고 그만 덮어버리고 싶었다. 많은 책에서 항상 선이 승리하고 희망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처럼 말한다.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이란 말처럼 잔인한 단어가 또 있을까? 다만 그것이 현재 인도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으면서 읽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살면서 우리는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아는 인도라는 나라는 카레가 유명하고 30억의 인구만큼이나 3억이나 되는 신들의 숫자도 많은 이국적인 나라라는 정도다.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개인에 대해 배려가 여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인디라 간디가 선포한 국가비상 체제인 1975년에서 1977년을 배경으로,다양한 카스트에 속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인도 내부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들춰내고 있다.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강제불임수술.아이의 사지를 절단내서 거지로 만들어 구걸을 시키는 거지왕초.도시미화라는 허울로 빈민촌을 엎어버리는 정부.신부지참금 문제로 자살하는 소녀들.이렇게 처절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자의 블랙유머는 우리를 울다가 웃게 만든다.

 

가장 처절한 이들은 불가촉천민에 속하는 이들의 삶이다.무두질과 가죽세공을 하는 차마르 카스트에 속하는 둑히.그는 감히 카스트의 사슬을 끊기 위해 아들 나라얀과 이시바를 제봉사 도제로 보낸다.나라얀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그의 집은 불탄다.

 

 나라얀의 아들 옴과 삼촌 이시바는 고향에서 도망쳐 도시로 가지만 그들에게는 평생 잔인한 삶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우리나라의 삼청교육대를 보는 듯한 인도정부의 모습.의사였던 아버지의 죽음 후 오빠에게서 자립하려고 평생 아파트 주인에게 협박당하며 발버둥치는 디나의 삶.국토분단으로 자신의 땅을 잃고,대기업에게 손잡기를 거부하는 아버지,학생운동가 친구의 실종,대학에서 폭력을 당한 마넥의 삶.이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인도인들의 모습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하층민에게 이렇게도 가혹한 줄은 몰랐었다.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감비르는 감히 기도 소리가 들리는 사원 근처에 있었다고 해서 귀에 뜨거운 납이 부어졌다.

다야람은 지주의 밭을 갈아 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마을 광장에서 지주의 똥을 먹어야 했다.(P160)

 

 조로아스터교,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도간의 갈등은 유럽의 십자군전쟁과 이단처형을 연상시킨다.인간의 마음에 위로를 주기 위해 만든 종교가 갈등으로 서로를 물어뜯고 죽이는 실정이라면 종교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회학자 푸코는 인간은 누구나 어떤 권력의 관계에 있다고 했다.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인간 사회는 가정에서부터 사회 어디든 두 사람 이상이 있으면 권력관계가 생긴다.권력이란 균형점 존재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희망을 꿈꾸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허무함.어쩌면 그것은 갈수록 심화되는우리나라의 부익부빈익빈 현상과도 같은지도 모른다.

 

  880쪽 분량으로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출퇴근 때와 자투리 시간에 들고 읽기 너무 힘들었다.이렇게 좋은 책을 누구든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1,2권이나 3권으로 나눴으면 좋았겠다.인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는 차파티가 마시는 차인줄 알았다.578쪽에 가서야 그것이 피자처럼 반죽하는 파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두부분에서 약간의 주석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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