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카 와일드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접해 보기는 처음이다.고전의 매력에 빠져 있던 요즘 이 시대의 언어에 맞게 다시 쓰기한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은 많지 않은 행운이다.표지디자인 또한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그리스로마신화의 애로스와 같은 책표지 미소년모델의 순수하고 환상적인 외모에 넋이나가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다시 훓어보다가 저자의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에 놀랐다.이 작품은 그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먼저 표지모델의 미모에 놀랐다면 책장을 넘기자마자 오스카 와일드의 <서문>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대범한 그의 평은 나의 상식을 깨트리는 도발적인 글이다.

..예술은 드러내고 예술가를 숨기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비평의 최고 형태이자 최악의 형태는 자서전이다..모든 예술은 무익하다..(P5~6)

 

  화가인 바질 홀워드그의 모델인 도리언 그레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 무언가에 빨려들듯 그의 영혼을 다 바쳐 숭배하게 된다.도리언은 바질에게 우정이나 사랑을 뛰어넘는 숭배의 대상이다.도리언은 화가에게 운명이다.도리언도 바질을 좋아한다.바질이 그린 도리언의 초상화는 그 시대 최고의 걸작이 될만큼 눈부시게 완성된다.

 

 그러나 어느날 화실에 놀러온 바질의 친구인 헨리워튼경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순수했던 도리언은 자신이 속했던 세계의 잠에서 깨어나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자신의 젊음이 영원할 수만 있다면 영혼까지도 바치겠다는 도리언의 생각이 현실이 되어, 현실의 도리언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그의 초상화가 그의 죄악을 대신해 늙고 추악하게 변해간다.그의 초상화는 그의 양심과 영혼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변해가는 초상화로 인한 공포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헨리가 준 한 권의 책의 영향으로 도리언은 쾌락의 늪으로 빠져들고,타락하고 광기로 치닫는다. 주인공들의 전혀 다른 성격이 대조적이다.바질의 한결같은 헌신(동성애?)과 예술가의 전형적인 모습 ,똑똑하지만 냉소적이고 공상적이며 무책임한 헨리경,도리언은 모든 인간의 선함이란 가면 뒤에 감추어진 악함을 대변하고 있다.

 

 도리언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연못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초상이다.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그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위해서 존재한다.하지만 도리언에게서 가시는 자신을 향하고 있다.

 

 바질이 도리언을 좋아하고,도리언도 바질을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했다.이성애자인 나로써는 동성애자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성적으로 공감하고 받아들이기는 참 어렵다.작품 곳곳에 여성을 비하하는 등장인물들의 발언에 기분나쁘지만,그것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작품은 그리스로마신화의 <나르키소스>와< 로미오와 줄리엣><햄릿>등의 고전이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고전이다.또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어마어마한 반전이 있다.너무 멋있는 반어적 표현과 아름다운 문장표현력,낭만적이면서도 추리소설 같은 면이 공존한다.두 번 읽고 싶은 책이다.고전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