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 2009 제9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서양고전을 주로 읽다가 오랫만에 우리문학을 접하게 되었다.우리문학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든 까닭이다.<황순원 문학상>의 많은 후보 작품중 박민규의 「근처 」가 수상작품으로 선정 되었다.수상자의 이력을 읽어보기 전까지 박민규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저자 박민규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근처>의 주인공은 30년 전의 소년이자 30년 후의 중년이다.그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파낸다.하지만 상당히 의외인 것을 타임캡슐이 두개라는 점이다.그가 타임캡슐을 열자 웃음이 나온다.나라면 그 속에 무엇을 넣었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하지만 그의 병은 인간이라면 피할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친구들이나 그 자신 모두 세월 앞에서 삶이 참 고단해 보인다.대부분의 중년의 삶이 고단한 것이리라.그의 말대로 우리는 끝까지 나 근처를 배회하는,결국은 나 일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나>의 근처를 배회한 인간일 뿐이다.-P39 

 

 강영숙의 <그린란드>도 힘겨웠던 시절의 이야기인만큼 상당히 어둡고 무겁다.하지만 가끔씩 웃을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그것은 우리의 허를 찌르는 사회풍자적인 웃음이다.김경욱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는 성폭행당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무전유죄로 끝나버리지 않고  복수를 감행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에서 조금은 속이 시원했다.김사과의 <정오의 산책>은 끝부분이 황당해서 한참을 생각했다.한의 행동은 해탈을 의미할까? 아님 정신분열증일까? 기댈 부모도 연인도 없는 한의 고독한 삶과 가난과의 씨름은 한의 정신을  분열증으로 치닫게 했을 것이다.그길만이 그가 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김중현의 C1+y =:[8]:이 그 중 가장 밝은 편에 속한다. 주인공은 정글과도 같은 도심 속의 미로를 꿈꾼다. 낙서를 연구하고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며 발견한  미로가 참신하다.

 

 책은 짜임새 있게 잘 나왔다.하지만 수상작이나 후보작 모두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고독하고,우울하고,어둡다.작가들의 세계가 원래 고독한 자리이고,우리사회가 IMF라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온 탓도 있으리라.대부분의 작품들이 30~40대 중년의 작품이다 보니 삶에 대해 체념,달관,진지함,자기나름대로의 모든 것을 터득한 완숙함이 보인다.그러나 진지함은  작품을 너무 무겁게 이끄는 요인이 된다.20대부터 30대초반의 젊은 작가들의 글이 섞여 있었다면 가볍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더 밝아지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이다.물론 2~30대의 글이 3~40대의 작품성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더 젊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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