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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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깊은 구절
    고난을 겪은 훌륭한 왕이죠.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왕이요..(P137)

     

     올해의 목표는 고전을 많이 읽는 것이다.하지만 희곡은 어떻게든 피해왔다.희곡을 읽고 싶으면 어떻게든 소설로 다시 쓴 글로 읽었다.희곡은 책을 펼치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숨이 막혀 와서 읽기가 꺼려졌다.무대에서 하는 연극이라는 것과 대화가 주를 이룬 다는 생각,그리고 행동은 따라 설명한다는 것,때론 독백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등이 책을 읽어보기도 전에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다.유독 나만 그럴까? 남들도 그럴까? 때마침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쓰기한 <세일즈맨의 죽음>을 만났다.어쨋든 나는 초등학교 때 연극 대본 후 처음으로 희곡을 읽었다.!!! 이제 희곡을 읽을 자신이 생겼다.

     

     희곡의 조건인 무대가 있고 막이 오른다.배경은 그의 집이다.예순이 넘은 윌리 로먼은 평생 세일즈맨으로 한 회사에 충성 했건만 말년에 그에게 주어지는 급여는 없고 커미션만으로 살아간다.그는 죽은 형과 대화를 하고 ,큰 아들에 대한 너무 큰 기대는 오히려 아들에게 부담이 된다.아내 린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지만 그를 사랑한다.그녀만이 남편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스타킹을 꿰매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네 아낙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 하지 않겠다.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그렇지만 그이는 인간이야.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관심이  필요하다고..(P64)

     

     세일즈맨을 보면서 소외,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현대인들은 누구나 직장에서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부품과 같다.윌리에게 관심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의 가장들에게도 단지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능력도 없어보이지만 그에게는 세일즈맨이라는 자존심이 있다.그의 모습에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에서 주제씨의 모습과 겹친다.거의 존재감도 없어보이는 주제씨와 세일즈맨 윌리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윌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식들과의 갈등 상황이 우리네 사는 모습과 같아서 더욱 친근하다.이 작품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진 이유가 바로 이런 친숙함과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재현한 것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읽다보니 소설과는 달라서 내게  적응이 잘 안 되는 부분이 많다.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상황까지 알 수 있지만 희곡은 주인공의 생각까지 알기가 어려웠다.이런 부분은 작품 설명을 읽고 나서 이해가 됐다.읽으면서 대화가 주를 이루니 뭔가가 자꾸 빠지는 듯한 허전함이 든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중요한 부분은 20%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하지만,그 부차적인 것들의 소중함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희곡의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차적인 것이 빠진 20%의 핵심 전달이 잘 된다는 점이다.정말 감동 깊게 읽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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