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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보르헤스의 서적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제목만 보고 보르헤스의 서적인 줄 알고 무작정 집어들었다.첫장을 넘기다 보르헤스가 쓴 글이 아님을 알고 무척 실망했다.하지만 보르헤스를 등장인물로 설정 할 정도의 작가라면 그는 분명 보르헤스에게 반해버린 작가일 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56쪽까지는 지루해서 이 책을 그냥 덮어버릴까? 고민을 했다.하지만 59쪽 부터는 안 읽었으면 내가 내 발등을 찍었겠구나 !! 싶을 만큼 재미있다.알고 보니 서두 부분을 지루하게 만든 것은 저자의 농간이었다!! 아~추리소설의 답은 항상 직감에 있다!! 그 직감을 계속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나는 저자의 농간에 빠져 들어서 읽는 내내 추리라는 것을 하느라고 녹슨 머리를 계속 돌려야 했다 ㅎㅎ최초의 추리소설은 <모르그가의 살인>이 아니라 <오디푸스콤플렉스 >였구나!
우연히 이스라펠 소사이어티 컨퍼런스에 참가한 포겔슈타인은 로트코프씨가 살해당한 것을 목격한다.로트코프의 시신은 거울 앞에 V자 모양으로 놓여 있다.하지만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거울과 부성(夫性)은 사물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한다.그래서 V는 X라는 글자로 추리된다.하지만 V가 거울의 어떤 부분과 접촉 되느냐에 따라 W나 M이 될 수 도 있다.보르헤스의 시선으로로 볼 때 글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벗어난 고대 언어까지 접근한다.
저자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에게 놀라운 점은,추리소설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완벽하게 보르헤스적일 수 있을까!!! 보르헤스적이라는 것은 보르헤스의 전집에서 자주 사용했던 요소들인 거울,미로,우주,영원,카발라,윤회사상,언어적 유희등 모든 것들을 아주 잘 조합시켰다는 사실이다.추리소설에 유머,보르헤스적인 환상문학적인 요소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많이 웃게 된다.저자는 보르헤스라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 했을까? 의문을 제기하며 보르헤스의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하게 만든다.물론 보르헤스는 애드거 앨런 포를 좋아했다.
에드거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보르헤스의 전집1~5>를 읽었다면 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하지만 추리소설은 항상 직감에 있기 때문에 굳이 읽지 않았어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독자로 하여금 포의 소설과 보르헤스와 고대 소설에서 단서를 찾도록 유도하는 시도가 흥미진진하다.주인공이 보르헤스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저자나 독자가 보르헤스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추리소설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보르헤스의 팬으로써 보르헤스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서 더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또한 책 속에서 언급하는 또 다른 책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