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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일반인들이 읽기에 가장 어려운 책은 아마도 책에 관한 책이 아닐까 싶다.그런 책은 저자나 화자가 읽었던 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때문에 일반독자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탐서가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저자 역시 탐서가로 보인다.장서가 만권을 너머가는 이들을 인터뷰하기에는 저자 역시 소양을 갖춰야만 가능한 일 아닌가.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겠는가? 나에게 책읽기는 지적유희에서 시작해서 읽는 책의 양이 늘어나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책은 인간의 근원적인 것에 답을 찾아가는 도구가 되고,타자와 소통의 도구가 되고,타자를 이해하는 세계,또 하나의 우주가 된다.
이 책에서는 만화 마니아,SF마니아,책과 우체국이라는 사라지는 것의 끄트머리에 있는 우체국장님,한 작가의 책만 모조리 독파하고 수집한 전작주의자 ,토라 연구가,천주교서적 수집가,책은 흐르거나 잠시 머무르는 존재라고 말하는 책 중간상,열심히 시위에 참여하는 출판사 사장님,사전만 수집하는 분등 여러 분야의 수집가들을 다루고 있다.책 읽기에 잡식성이었던 분들은 이분들에게서 책 수집 요령을 배울 수 있다.
읽으면서 에피소드에 웃기도 하지만,.몇 만권의 책을 보관할 곳이 없고,기증을 한다고 해도 받아 주는 곳도 드물고,인터넷의 발달로 사라져가는 헌책방과 책의 미래.책의 앞날에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우리나라에서는 SF를 가볍게 생각하는데,일본의 교과서에 SF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사실 SF는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이지만,미래는 예측하는데로 이루어지는 무서운 예언력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일본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책을 좋아하면서 그것으로 밥법이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읽으면서 가장 부러운 분들은 북카페를 하는 부부다.남편의 북카페에서 아내가 개발한 메뉴는 부창부수다.책과 연애에 빠진 2만권의 장서가 삼성맨 박세록님의 애서 중에서 내가 읽었던 책이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이유명호 한의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여자들은 여자이면서도 여자의 몸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장정일의 <독서일기>,민희식님의 <성서의 뿌리>,<법화경과 신약성서>,<젠틀 매드니스>가 읽고 싶어졌다.책에 관해서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서 <책속부록>을 포함하고 있다.
나 역시 탐서가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나온 분들을 보니 탐서가라고 자부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사실상 이 책에 나온 분들은 거의 자신들의 저서를 한 권이상 집필한 작가라고 보면된다.그들의 서가가 탐난다.한마디로 훔치고 싶은 서가다.서가는 그들의 내면세계의 표현이다.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내면세계를 훔치고 싶은 것이된다.어쩌면 이들은 모두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사라져가는 것들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모두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선구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