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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기억 ㅣ 보르헤스 전집 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시간은 마치 모래처럼 흐르고 있었다-28
단어란 공유된 기억을 담고 있는 상징들이다-54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65
시력의 상실은 암흑이 아니야.그것은 고독의 한 형태지.-151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세계의 신화(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 아침나무 지음
일반독자들에게 보르헤스의 서적이 어려운 이유는 '모든 단어는 공유된 경험을 선(先)전제로서 요구하기 때문이다. ' 5개국어를 구사하는, 시력을 잃은 천재 석학의 세계는 분명 우리가 공유하기엔 그 벽과 틈이 너무 크다.보르헤스의 모든 작품에는 항상 자전적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그 어떤 비밀의 문이 열리듯 보르헤스의 세계의 문이 열린다.그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열리고,수많은 문이 증식된다.
<보르헤스 전집5>에는 북유럽 신화에서 인용한 신비러운 분위기의 작품이 많다.<보르헤스 전집1~4>까지의 작품들과 연장선에 있거나 더 심화 시킨 작품들도 있다.모든 작품이 감명깊었지만 특히 인상깊은 작품은 「파란 호랑이들」「셰익스피어의 기억」「모래의 책」이다.
「타자」의 문제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다.여기서는 과거 20대의 보르헤스와 현재 60대의 보르헤스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60대의 보르헤스는 자신의 과거와 만남을 통해 자신의 과거에 느낀 공포,걱정 등을 위로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서로가 꿈꾸고 있는 대상을 서로의 꿈을 통해서 만난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는 전편에서 다루었던 미노타우르스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더 발전된 이야기다.
「지친자의 유토피아」는 공상과학적 환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모래의 책」은 모래처럼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책이다.이 책의 페이지 수는 무한하다.이 책은 무한,영원에 대한 상징물이다.
「파란 호랑이들」에서 마법의 파란 돌이 그 수가 감소하기도 하고 증식하기도 한다.그는 수학적 질서에 대한 열망으로, 자기증식하는 돌들이 야기하는 수학의 붕괴 속에서 하나의 질서,법칙을 찾으려고 매달린다.그가 획득한 최대의 수는 419,최소의 수는 3이다.그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돌은 증식되거나 사라져버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즉,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카오스이론을 적용한 이야기다.
카오스이론 [chaos theory] 카오스는 컴컴한 텅 빈 공간, 곧 혼돈(混沌)을 뜻한다. 물리학에서는 불규칙적인 결정론적 운동을 가리킨다. 카오스이론은 1900년대 물리학계에서 3체 문제, 난류 및 천체 문제 등의 비선형 동역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출발하였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N.Lorentz)가 기상 모델을 연구하면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발표하여 이론적 발판을 마련하였고 그 후 활발히 연구되었다.(네이버 지식인)
「셰익스피어의 기억」다니엘 토프라는 사람이 화자(나)에게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준다.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만큼 주는 사람은 그것을 영원히 잃는다.그것은 셰익스피어가 즐겨 읽었던 책을 읽으면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소유하게 된다.셰익스피어의 기억이 회생되는 과정은 알레고리적이며,윤회,영원회귀를 담고 있다.
보르헤스가 도달하고자 것은 결국 세계의 본질,우주, 자신이다.그것은 무한(영원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이기도 하다.아마도 이런 깊이 있는 작품들은 눈을 감은 보르헤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닐까? 모든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내가 보르헤스의 서적들에 끌리는 이유는 그의 윤회,영원회귀 등에 공감하기 때문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