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렙 보르헤스 전집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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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솔로몬은 말한다.<지구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따라서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지식은 단지 회상일 뿐이다>.이에 응해 솔로몬은 자신의 격언을 말한다.<모든 새로운 것은 단지 망각의 결과>뿐이라.-프란시스 베이컨:『에세이 』58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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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보르헤스전집 2)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보르헤스처럼 눈을 감아 본다.
지금 내가 눈을 감고 파가니니의 안단테를 들으며 슬픈 음률에 생각을 내맡기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어느것이 사실이고 어느것이 꿈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보르헤스에게서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그것들은 영속하는 하나의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그에게서는 찰나의 순간도 영원의 기억으로 탄생하고 모래 한 알도 그의 세계에서는 스토리를 만든다.또한 그 어떤 물질도 영원한 순례바퀴 아래 상호연관된다.보르헤스에게 꿈은 또 다른 꿈 속에 들어 있다.거울이 사물을 증식하듯 그에게서 어둠의 줄기도 증식된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신체조건이 그에게는 상당한 고통이었지만 그는 그 고통을 문학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텍스트에서 해탈을 이루었다.그의 작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제들인 시간,죽음,구원,우주의 비밀,신,영원,거울,미로,꿈,원형등이다.또한 그의 작품의 특징들인 가짜 사실주의,환상적 사실주의,고도의 압축성,상호텍스트성,반전의 기법,낱말의 중의성,언어의 유희,뒤틀기 기법,간텍스트성,해체성,아이러니컬,애매모호성등 이루셀 수없이 많다.

 

 이 책에는17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1,2권에서는 미로가 도서관이나,책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미로가 광활한 사막으로 이동한다.거미줄도 미로로 등장한다.<죽지 않는 사람들>에서 죽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사막의 한 가운데 있고, 구조는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지옥의 구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보르헤스가 좋아했던 단테의 작품이기에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인간을 제외하고 모든 피조물들은 죽음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불사의 존재들이다(P26)

 

 가장 감명깊게 읽은 작품은 <아스테리온의 집>이다.사람들은 모두 반인반수인 미노타우르스를 죽여야 할 괴물로만 생각하지만 보르헤스는 미노타우르스에게서 고독을 본다.그는 곧 미노타우르스와 동일시된다.미노타우르스가 갇힌 미로는 그가 갇힌 어둠의 세계와 같아 보인다.그래서 그는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본다.예전에 나는 미노타우르스가 외롭겠다,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그래서 이 작품이 상당히 맘에 든다.

 

그리스 사람들은 벌써부터 우리가 꿈의 그림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던가.(P111)

 

<자이르>라는 동전 하나가 가진 수많은 뜻과 그 동전이 윤회되면서 달라지는 역할들,그리고 그는 주화가 되는 꿈을 꾼다.<자이르>는 우주의 비밀,죽음,구원에 대한 상징이다.<엠마 순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공장주를 죽인다.이 작품에서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완전범죄를 모티브로 중첩시켜 살인과정을 보여주는 추리소설이다.

 

<알렙>에서는 일부분이 알레고리적이다.알렙은 <세계>란 뜻 외에 <트렁크>로도 쓰인다.미친사람이 본 <세계>를 통해서 자신도 세계를 깨닫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작품이다. 밑바닥은 바로 자신이 눈먼 상태로 와 본 바닥,원래상태,우주,를 말하는 것 같다.<알렙>은 <중심이 모든 곳에 있고,원주는 그 어떤 곳에도 없는 어떤 구체>와 같은 것으로 모든 시간과 공간,현상이 동시적이고 함께 들어 있다.비압축문학에 대한 풍자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P251)

 


 혼돈스러운 세계에 질서를 부여한 신과 같이 그는 모든 기존의 모든 것에서 질서를 파괴하고 다시 질서를 부여하기도 한다.그의 인식체계에서는  모든 것들을 뒤집어 버리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다.그는 분명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우리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나는 기억이 없는 세상,시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나는 명사들이 없는 어떤 언어,비인칭 동사들,또는 어떤 어미 변화를 하지 않는 형용사를 가진 언어의 가능성을 상정해 보았다.(P22)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옛날에
일어난 <단 하나의>사건을 빼버리면 그것은 현재를 무효화시켜 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과거를 변경시키는 것은 단지 사실 하나를 바꾸는게 아니다.그것은 무한으로 펼쳐져 있는 그것의 결과들을 폐기시켜 버리는 것이다.어떤 운명도 단 한순간의 현실 속에 다 담겨 있는 법이다(P80)

 

보르헤스의 많은 작품들을 읽었다.하지만 여전히 보르헤스의 서적은 50%밖에 이해할 수 없다.아니,그보다 못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보르헤스의 서적을 읽고 있는 순간은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보르헤스의 작품을 일반인이 이해하는데 있어서 주석의 도움이 절대적이다.민음사에서 보르헤스작품들을 재발행하게 되면 주석의 글씨 좀 키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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