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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ㅣ 밀레니엄 북스 61
보카치오 지음, 허인 옮김 / 신원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고전이란 한 번 그 맛을 알게 되면 또 찾을 수밖에 없는 중독성이 강한 텍스트다.고전은 대부분 교과과정의 일부로 배웠던 작품들이다.하지만 그것은 가슴으로 느끼지 못한채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배운 고전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어떤 신앙과도 같은 경건함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어서 어쩐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으로 남아 있다.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샌 줄 모른다더니..요즘 나는 고전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데카메론>은 134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흑사병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보카치오가 여성들에게 위로를 하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다.여왕을 포함한 귀부인 일곱명과 그 친척등 젊은 남성 세명이 우연히 성당에서 만나 열흘동안 돌아가며 들려주는 백편의 이야기다. <데카메론 1>은 다섯째날까지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야기는 여왕의 명으로 시작되며,예화를 통한 선악,징계등 중세의 종교관을 반영하고 있다.성직자들의 타락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대비되는 기독교의 가치는 높게 평하고 있다.반면 유대인은 고리대금업과 같이 비하되면서도 지혜롭게 그려지고 있다.세 번째 이야기는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이 작품은 유태교,마호메트,기독교의 화합을 의미한다. 이단을 화형시키던 무시무시했던 중세지만, 교황과 성직자들의 타락으로 탐욕,사치,거만함,악질적인 위선,심한 질투심이 판을 치고 있다.보카치오는 교황청을 악마의 소행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또한 권력을 가진자들의 타락,권력의 남용,물욕,부자상인의 탐욕등 사회의 구석구석을 풍자하고 있다.
그 시대의 가치에 비춰볼 때 상당히 지혜로운 이야기들이다.<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듯는 것처럼 느껴진다.대부분 해피엔딩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이 책을 읽다보면 데자뷰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이 이야기는 어디서 읽었는데..왜 기억이 안 나지? 367쪽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끝이 좋으면 모두 좋아>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이다. 보르헤스의 단편도 이 책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이 책을 읽으면 단테의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추리소설같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들은 너무 슬프고 아프고,잔인하기까지 하다.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로 둔 작품의 경우 믿어야할지 모르겠지만,한편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웃음이 절로나온다.하지만 성과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확립된 대학생이상 성인에게 권하고 싶다. 여자분들은 읽으면서 상당히 통쾌함을 느낄것 같다. 지혜로운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고전이라는 그 위력과 제목에서 풍기는 무게때문에 감히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인데,늦게나마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책이다.<데카메론2>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