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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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헤스의 모든 단편들은 나에게,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하나의 세상을 깨트려 버리는 경이롭고 충격적인 텍스트들이다.!!!!

유전적 요인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이 먼 도서관장 보르헤스,책은 보르헤스에게 또 다른 세계를 탄생시킨다.또한 5개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한 석학답게 그의 작품들에는 불교,도교,히브리의 신비주의 전통,그노시스 학파의 우주관,페르시아와 아랍의 세계관,스페인,아르헨티나의 문학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그래서 여러 언어들에서 조합한 언어적 유희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그가 읽었던 많은 고전의 작가와 작품 속의 등장 인물들이 그의 단편에서 환상적으로 부활한다.미켈 데 세르반테스,장자,프란츠 카프카,그리스 철학자들...

 

 보르헤스의 작품은 모두 단편이다.그는 단 몇 분에 걸쳐 말로 완벽해 보일 수 있는 어떤 생각을 수백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또한 그의 작품들의 특징인 꿈,거울,미로, 들을 만날 수 있다.보르헤스의 작품은 옮긴이의 주석의 도움이 없이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다.그래서 저자의 원본에는 주석이 거의 없지만 번역본에는 옮긴이의 주석이 많이 달린다.보르헤스의 서적들은 그가 언급한 고전을 읽어야만 그의 글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보르헤스의 작품은 일반독자에게 주석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17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픽션들>은 문학이론을 소설화 시킨 작품들과,형이상학적인 주제(철학적,관념적)를 소설로 형상화시킨 작품들로 구분된다.<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은 탐정소설이고,나머지는 모두 환상소설이다.메타텍스트,후기구조주의,하이퍼텍스트적,상호텍스트성,포스트 모던니즘등 보르헤스로 대변되는 모든것들을 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진짜 작품과 허구의 인물을 병치시키거나,허구의 작품과 실제했던 인물을 묶어 놓고 있어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현실과 허구,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하다.<환상적 리얼리즘>의 여러 기법 중 하나인 <가짜 주석> ,이런 부분들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영향을 받은 부분으로 보인다.가짜 사실주의는 그의 작품에 장치로 이용하고 있다.언어적 유희, 이중의 유희,역설적인 풍자의 진수를 보여준다.

 

 보르헤스는 허구의 인물들에 보르헤스 자신의 입장,세계관,작품비평,종교관,역사관 등을 많이 반영한 듯 보인다.보르헤스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책 제목을 단편에서 미리 언급하는 기발한 장치로 사용하기도 한다.<바벨의 도서관>은 특히 인상적이었다.그에게 도서관은 알레고리적인 것이다.여기서 도서관은,우주,신,혼돈,다양한 미래들,다양한 시간들,거대한 수수께끼,우화,꿈,미로로 대변된다.그에게 도서관은 모든 것을 탄생시키는 글자들의 <미로>다.

 

<삐에르 메나르,『돈키호테』의 저자>는 내가 읽었던 책에 관한 이야기여서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죽음과 나침반>은 기존의 탐정소설과는 다른 추리의 과정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 책은 그에게 그 어떤 미로보다 정교한 미로다.수학의 방정식 같은 직선적인 미로가 뒤통수를 때린다.보르헤스가 작가가 됐기에 망정이지 그가 만약 범죄자가 됐다면 아마도 완전범죄자가 됐을 것이다 ㅎㅎ .<원형의 폐허들>에서는 꿈을 꿔 자식을 만드는 한 도인이 등장한다.도인 자신도 자신의 아들처럼 누군가의 꿈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임을 깨닫는 동양철학적인 <장자>의 사상을 담고 있다.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점은 주석을 읽어야만 내용을 이해 할 수 있기때문에, 큰 줄거리의 흐름을 자주 놓쳐버리게 된다는 점이다.그래서 주석을 읽고 다시 본글로 되돌아가 읽기를 반복해야만 한다.얼마나 많은 서적을 읽어야 보르헤스의 글을 주석의 참고 없이 접해볼 수 있을까? 보르헤스의 작품들은 고전을 많이 읽은 분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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