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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맨
레나 크론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골든에이지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필란드 작가의 작품이다.핀란드라면 <세계의 신화>라는 책에서 북유럽 신화로 만나본 이후 핀란드의 작가가 직접 쓴 소설을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제목<펠리칸맨>과 의인화한 펠리칸의 모습을 그린 표지그림은 핀란드라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KBS 『미녀들의 수다 』에 출연했던 핀란드출생의 따루 살미넨님이 번역을 한 작품이라서 더욱 기대된다.저자 레나 크론은 핀란드의 국민작가다.환상,공상,상상,현실,철학적인,우화,동화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다.이 작품은 저자가 자연의 시선으로 인간에게 보내는 알레고리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주인공 에밀은 이혼한 엄마와 어렵게 생활한다.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펠리칸모습의 남자를 본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가 펠리칸이라는 것을 모른다.어린 아이와 같은 자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오직 어린이인 에밀만이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도시의 이방인 에밀과 인간세계의 인방인 펠리칸맨 휴류라이넨은 두번째 만남부터 서로을 알아 간다.
에밀은 아버지가 있는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에밀처럼 펠리칸맨도 고향에 대한 진한 향수병이 있다.(누군가에게 심장의 한 쪽을 빼앗겨 덥석 먹혀버린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P42) 에밀에게 꿈은 등에 철썩 달라붙은 무거운 짐을 단번에 없애버리는 신비로운 세계다.그래도 에밀이 잠들기 전에 겁이 나는 것은 잠과 죽음이라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한 동일시 때문일 것이다.
펠리칸맨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인간적인 것들을 동경하고 사랑하지만,인간들에 대해 많은 실망을 한다.우리가 사물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표상만을 보는,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들,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냉혹한 인간세계,인간이 그 누구에게 그어버린 경계라는 벽,화폐가 신이 되어버린 인간의 세계,그냥 그렇게 있어왔던 자연을 인간의 욕망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게 얼마나 파괴적이고 폭력을 휘둘렀는지 그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순수한 펠리칸이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받아야 하는 그런 상처들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때론 웃음이 나오는 글솜씨,어린이만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신선한 시선,새의 눈으로 본 인간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 감정표현력이 뛰어나다.에밀의 성장기의 한때를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에밀과 상상속 친구인 펠리칸맨의 우정,호기심을 아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우리가 왜 인간일 수밖에 없는지,펠리칸을 통해서 우리는 깨달아간다.이 책에는 작가의 깊은 철학사상이 녹아있다.동화나 신화와 같은 북유럽특유의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