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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자연에는 창조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으니까요.모든 것이 변할 뿐입니다-라부아지에(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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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작품은 <눈먼 자들의 도시>를 먼저 읽고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어야 한다.다음으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와 <죽음의 중지>를 읽는 것이 저자의 작품을 이해하기가 쉽다.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편 읽다보면 다른 작가와의 구별이 확연해져서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도 있다.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 다른 저자의 작품과 다른점은 문단부호의 파괴,등장인물의 이름이 없고 대명사로 지칭되는 점,작품의 창의성,현실과 역사 환상의 조화,다소 철학적인 사유를 필요로 하는 존재의 탐구,등을 예로 들 수 있다.이런 점들은 독자에게 독특한 즐거움을 주면서도 읽기에 어려운 주는 딜레마다.그래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한 번 빠져들면 중독성이 강하다.
독자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백색실명으로 단 한 사람만이 눈을 뜨고 모든 것을 지켜봐야 했던 반면,<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백지투표83%라는 설정으로 두 서적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본다.<이름 없는 도시>에서 존재와 인식의 간격을 좁히려고 했던 주제사라마구는 ,<죽음의 중지>로 다시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와 연결고리를 제시한다.두 서적간의 연결고리는 다소 철학적인 사유를 필요로 하는 존재와 비존재의 문제로 접근했다.
어느날 부턴가 한 나라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다.죽음의 중지는 식물인간과 같은 상태로 죽어야 할 사람들이 죽지 않고 마치 미결정 상태에 머무르는 것처럼 죽음이 중지된 상태다.그것은 인생의 절대불변의 법칙으로 알고 있던 삶의 규칙이 깨지는 절대적인 모순이다.영생을 꿈꾸던 인간에게 육체의 영원한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죽음의 중지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도덕적 온갖 문제들을 몰고 온다.교회는 신체의 불멸이 신성모독이라고 말하다.죽음이 없다면 부활도 없기 때문이다.장의사들은 할 일이 없어서 사람 대신 애완동물을 묻어야 한다.병원은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지고 ,생명보험계약자들은 해지를 요구한다.철학자들은 원초적인 사느냐 죽느냐의 논쟁으로 돌아간다.무능한 정부의 모습은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눈이 먼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 정지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죽음이 인간에게 구원이 된 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죽음이 나라의 국경선에 단두대처럼 걸려 있다.오지도 않은 죽음을 마냥 기다리기에 지친 한 가족은 아버지와 아이를 국경을 넘어 묻고 온다.하지만 그것은 존엄사나 자살 타살과 같은 또 다른 논쟁거리를 제공하고,수많은 이들이 국경으로 이동하는 도화선이 된다.정부의 암묵은 마피아가 자라날 토양이 되고,그것은 다시 인간본성의 어두운 면의 질긴 생존 능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중지되었던 죽음이 어느날 갑자기 제기된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생할 것으로 알았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또 다시 충격일 것이 뻔하다.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기때문이다.장의사는 한꺼번에 몰린 죽음의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죽음이 가져다 주는 한 통의편지와 이메일,아웃룩 익스프레스의 언급은 웃음이 나온다.하지만 우주전체의 죽음을 의미하는 대문자죽음과 한 나라의 죽음에만 관여하는 소문자죽음 이라는 설정은 우습기도 하면서 또한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다.
죽음이 죽음의 세계로 데려오지 못한 단 한 사람, 첼리스트의 곁에는 항상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첼리스트의 삶을 보면서 죽음은 그냥 존재한다.동시에 모든 곳에.다만 우리 눈에 죽음이 보이지 않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책의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죽음도 잠재워버린 천상의 선율,첼로의 성서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을 검색해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