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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양억관 옮김 / 황금부엉이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전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려고 책을 펼쳤다.그런데 책 속의 삽화가 너무 끔찍해서 도저히 읽을 자신이 없었다.우연찮게 요즘 보르헤스의 글에서 단테의 신곡을 만났다.보르헤스는 단테의 신곡이 미학의 절정이라고 말했다.그래서 나는 끔찍한 그림을 떠올리며 이 책을 과연 읽을 자신이 있을까? 의문시 하면서 이 책에 도전을 했다.311쪽 분량이지만 삽화가 각 페이지마다 있어서 실제 글의 분량은 많지 않다.
단테 알리기에는 1265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소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다행스럽게도 나는 유럽의 역사소설과 팩션을 많이 읽었다.그래서 단테가 생존했을 당시의 이탈리아가 중세와 르네상스의 과도기로 혼란한 시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신곡>은 총 14,233행의 장대한 서사시로,지옥,연옥,천국의 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곡>은 단테가 하나님의 은총으로 베르길리우스(인간의 이성과 철학을 상징)와 베아트리체(신앙과 신학을 상징)의 도움을 받아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며 경험한 내용이다.신곡은 이성과 낭만,현실과 환상,시와 과학을 바탕으로 자신이 권력의 당파싸움에 휘말려 쫒겨났던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한 풍자까지 섞어 놓았다.
이 책을 끔찍하게 또는 아름답게 표현한 19세기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구스타브 도레는 치밀한 선묘사에 의한 섬세한 하프톤(망판)이라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했다.14세기의 단테와 19세기 구스타브 도레의 만남으로 이 책은 그 빛을 발한다.
< 지옥편>어두운 숲,가슴을 오그라들 듯한 공포,죽음보다 깊고 어두운 세계에 발을 내딛은 단테는 표범,사자,늑대를 만난다.먼저 지옥의 강을 지키는 카론을 만난다.그는 지옥에서 시인들,철학자들을 만난다.정욕에 몸을 맡긴 자들,당시의 이탈리아 현실에서의 비극의 주인공,그리스로마신화의 주인공들도 만난다.각 장마다 삽화가 너무 끔찍하다.지옥에서는 온갖 종류의 죄를 지은 온갖 종류의 인간군상들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온갖 종류의 벌을 받고 있다.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단테가 살았던 당시의 인물들을 지옥에서 만나는 것이다.단테는 지옥에서 인간 본성에 의문을 품는다.단테는 기독교도가 아닌 무함마드,알리도 지옥에 그려 넣었다.지옥편을 보면 이 세상에 지옥에 가지 않을 인간은 아마도 없을것 같다.
<연옥편>연옥에서는 죽기 직전에 죄를 뉘우친 사람들로,세상의 어지러움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통치자들,오만,자만,태만,질투,미식과 포식,영화와 물질을 탐한 어리석은 자들,그리스 신화나 성서에서 본 인물들이 죄를 씻고 있다.단테 자신이 살던 당시의 현실의 인물들도 연옥에 배치시켰다.로마 교황 아드리아노 5세가 연옥에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연옥편은 요한 묵시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이 세상에서 연옥에 가지 않을 사람 또한 없을 것 같다.
<천국편>베르길리우스는 천국에 동행하지 않고 단테 혼자 천국여행을 한다.그는 천국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난다.천국에서 그는 새로운 앎의 세계에 눈을 뜬다.아~역시 고전이구나! 나에게 단테의 <신곡>을 알게 해 준 보르헤스에게 감사한다.
지혜는 빛 사랑은 빛 빛은 모든 것!
있을 수 있는 일을 이룰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할 일을 당신과 함께
나는 사랑 나는 빛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