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칠일 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보르헤스를 처음 알게 된 책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통해서다.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시력을 잃게 됐고,도서관장을 지냈으며,다섯개 국어를 하는 천재인 그의 이력에 끌려서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그래서 <보르헤스,문학을 말하다>를 읽었고,그의 해박함에 다시 한 번 반해버렸다.그래서 이번엔 더욱더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은 그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다.또는 그에게 끌렸던 작가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다.1977년 그가 실명한 후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제목은 일일밤부터 칠일밤까지로 나뉘어 있다. <일일밤>에서는 주로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말하고 있다.나는 단테의 책에 나오는 그림들이 싫어서 읽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고 싶어진다.단테의 신곡은 천국,연옥,지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그는 단테의 <신곡>에서 미학적매력을 느꼈고,단테의 <신곡>이 모든 문학의 정점(절정)이라고 말한다.
< 이일밤>은 꿈(악몽)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보르헤스는 크레타 미로에 대한 악몽과 거울에 대한 악몽을 가지고 있다.꿈은 극적인 순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미학 행위라고 말한다. <삼일밤>은 그가 느끼는 동양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특히 <천 하룻밤의 이야기>에 대한 예찬이 대단하다.그 책은 우리에게 고갈되지 않는 수많은 변신을 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사일밤>은 동양의 불교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동양인인 나도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랍다.<오일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내가 수없이 인용하는 메타포가 있습니다.그것은 달이란 시간의 거울이라는 페르시아의 메타포입니다."시간의 거울"이란 말 속에는 달의 허약성과 영원성이 동시에 담겨져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달의 모순입니다..그것은 두개의 미학적 사건입니다.(P165) 또 그는 미학은 도서관이나 참고문헌의 굳게 닫힌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시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우리는 거울을 보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그러나 거기에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배가시키는 아주 끔찍스러운 것이 있습니다.(P183)
<육일밤>에는 그가 강연을 거부했던 주제인 <카발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카발라주의의 수많은 체계 중 신이 우주를 창조했고 우주가 악을 만들었다는 윤회설과 비슷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칠일밤>에서는 강연할 때 관중들이 알고 싶어하는 자신의 실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자신은 실명이 서서히 진행되었고,실명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아는 것과 같이 검은색의 어둠이 아니라고 말한다.문학인들 중에서 실명했던 그루삭,호세 마르몰,타미리스,밀턴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20세기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탈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소설을 죽음에서 구해낸 작가,현대 환상문학의 거장 등,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대단히 많다.나는 아직도 보르헤스라는 한 천재의 삶고 문학에 대해서 목마르다.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더욱더 갈증이 난다.그의 뇌의 미로 속으로 더욱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처음에 우리는 어린아이의 믿음을 가지고서 책을 읽고,그 책에 빠져야만 합니다.그러면 그 책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갈 것입니다.(P49)
"역사는 내가 깨어나길 원하는 악몽이다"-조이스(P125)
에머슨은 도서관을 보고,마법에 걸린 수많은 책들이 있는 마법의 방이그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부를 때에만 잠에서 깨어납니다.우리가 책을 열지 않으면,그 책은 글자 그대로 기하학적인 종이더미,즉 수많은 것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P162)
보르헤스의 서재는 자신의 거울입니다(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