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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니츠의 햄릿 - 그리고 이 작품을 문화적 기념비로 만든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8년 3월
평점 :
셰익스피어를 읽지 않고는 문학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정치,경제,문학,예술등 거의 모든 서적에서 인용을 하기 때문에 굳이 읽지 않고도 우리는 내용을 알고 있다.유독 희곡은 읽기가 쉽지 않아서 어떻게든 희곡이 아닌 글로만 찾아 읽어왔다.슈바니츠의 햄릿도 대화를 인용한 부분보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부분이 더 많다.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유럽 문학에서 멜랑꼴리를 가장 위대하게 형상화한 인물이 바로 햄릿이다(P201) 햄릿은 덴마크 햄릿왕의 왕자다.햄릿왕은 클로디어스 왕에 의해 의해 독살 되었다.클로디어스왕은 햄릿왕의 동생이다.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왕비는 햄릿의 아버지가 죽자마자 재빨리 클로디어스 왕(시동생)과 결혼한다.그래서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삼촌이자,아버지가 된다.근친상간에 간통을 저지른 어머니,존속살인을 저지른 삼촌,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등 감당할 수 없는 외적 세력에 의해 파괴되는 인물이 햄릿이다.햄릿은 자기 정체성까지도 지워버리고 광인 연기를 한다.
재상 폴로니어스는 햄릿에 의해 살해 당하고,그의 아들 레어티즈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햄릿과 결투를 벌인다.여기에 클로디어스 왕의 음모가 있다.재상의 딸 오피리어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광기로 치닫게 된다.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와 두 귀족 친구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도 이야기를 엮어간다.극의 시작과 끝은 마치 삶과 죽음처럼 서로 결합되어 있다.
햄릿은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어머니의 재혼,오필리어의 배신등으로 분노,좌절,광기에 사로잡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실랄한 풍자를 늘어 놓는다.브래들리는 햄릿의 과단성과 우유부단함,깊은 상념과 쾌활함,즉흥성과 심사숙고,염세주의와 낙천성등 상호 모순적이고 자못 병적인 성격이 우울증의 소산임을 밝히고 있다.(P8) 햄릿의 우울증은 역사적 병증으로 중세봉건체제에서 근대의 자본축적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 지식인들이 겪었던 정신적 혼란으로 역사적이자 문화적인 병증이다.(P9)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던 클로디어스는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배우의 입을 빌려 말하는 햄릿이 거울이 된 셈이다.마치 거울과 같이 햄릿은 자기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관찰자의 모습을 드러낸다.자신은 보이지 않으면서 남을 보이게 만들기.이것이 바로 엘리자베스시대 사람들이 그토록 거울에 열광했던 이유다.거울은 엘리자베스시대 예술의 핵심적 은유다.
(P112~113)
이 책은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유작인 방대한 셰익스피어 프로젝트가 남긴 단편들을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셰익스피어 사후 넘쳐나는 비평으로 인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넘쳐난다.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이 연구를 위해서 쓴 작품들이거나 학위를 받기 위해서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어렵다.이 책은 학생들을 위해서 쓴 책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특징인 이중의 미학,걸쭉한 농담,아이러니,인생이 바로 연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복수,미움,증오,철학,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사람들이 왜 세익스피어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