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서만필 - 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장석주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다.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책은 기억의 확장이다.-보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페이지 :P253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는 탐서가라고 자부하지만 가끔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신이 안 설 때가 있다.이럴때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으신 분들의 지혜를 빌리고자 책에 관해 쓴 책을 읽는다.

책은 타인의 말과 세계를,저 멀리서부터 오는 의미들을 겸허하게 경청하려는 자의 것이다.( P20)


 2만권의 장서가인 장석주님이 쓰신 글이라기에 어려울까봐 좀 긴장했다.하지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였기 때문에 책이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 같다.장석주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취서만필에  무지 많이 머리를 얻어 맞았다.나의 독서취향이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그걸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하겠어?-카프카 (P38)

 <취서만필> 속에는 삶이 들어 있다.죽음도 공존한다.종교가 들어 있고,우주가 들어 있다.예술이 있다.철학이 들어 있다.이 책은 장석주님이 감동깊게 읽었던 수많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유감스럽게도 그가 언급하고 있는 책 중에서 내가 읽어 본 책은 한 권도 없다.그와 나의 책의 취향이 너무 다른가보다^^ 하지만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다른 사람이 쓴 서평을 읽어서 겨우 몇 권만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

 보통의 책을 읽을 때 오는 기쁨과 보람들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독창성,해석의 도발성과 실랄함,문학적 수사의 뛰어남,핵심을 찌르는 점잖은 유머들에서 비롯한다.(P140)  나는 그가 쓴 <취서만필>이 바로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춘 책이라고 주저없이 말하고 싶다.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서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우리가 문명이라는 이름아래 잃어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천재들이 남긴 유산인 고전의 중요성도 다시금 확인했다.

 인류는 이미 너무 멀리 자연에서 벗어나 세속사회의 ’시민’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루소 (P40)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얼마나 다양한 책을 읽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색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고독 속에 있었을까? 글의 구석구석에 자아성찰의 흔적이 엿보인다. 자신이 읽었던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고를 했는지 그의 글이 말해주고 있다.내가 읽었다고 하는 책 읽기가 얼마나 수박 겉핧기에 불과 했는지 ..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P217)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책 속의 책"을 만나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대략66권의 책 중에서 제목의 독특함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은<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다.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히려 그 반대인 듯하다.58세에 실명한 보르헤스의 책사랑에 반했다.그의 작품들이 읽고 싶어진다.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다치바나 다카시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도 궁금하다.어렵다고 주저했던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의 칼>이 읽고 싶어진다.탐서가들은 책 속의 서점과 도서관 사진을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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