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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탐서가들에게는 무척 끌릴만한 책이다.책표지를 넘기면 첫장에 고흐의 그림같은 노란 형광색지가 빛을 발한다.책을 읽기전에 책이 꽂힌 서재의 표지사진과 노란형광색지와 고흐의 글을 보고 또 봤다.한 번에 읽어버리기가 아까웠다.표지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책이다.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어쩔수 없는 탐서가 인가보다.나도 이런 서점 하나만 가져봤으면..
책은 현재와 과거나 미래와 우리를 연결해 준다.책은 천재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최고로 위대한 유산이다.책과의 만남은 고독한 시간이기도 하다.나는 15세 때 헤르만 헷세의 글에 반해서 그의 책은 많이 읽은편이다.현재의 나에게 비밀아지트는 우리집 옥상이다.우리집은 두 딸아이의 친구들로 북적거려서 나는 시끄러움을 피해 옥상으로 달아난다.
저자인 루이스 버즈비는 서점 직원,출판사 영업자로 대부분을 살아왔다.그에게 서점은 생활공간이나 마찬가지다.탐서가인 그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불치병에 걸려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은 서점엘 간다.읽으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느끼는 수많은 동질감을 만나게 된다.시간은 서점을 감싸고 나른하게 흘러갔다...책은 느림을 동반한다.시간을 요한다.글을 쓰는 일,책으로 펴내는 일,읽는 일이란 죄 늘어지는 일이다.(P11)
책의 서두는 저자 자신의 수필이나 일기처럼 써 내려가고 있다.그러다 인류의 책에 관한 역사를 훓어간다.중간쯤 읽다보면 다시 서점에 대한 이야기로 내달린다.고객이 서점에 이끌려 들어오는 이유는..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난잡함,그러니까 현대 도시처럼 규율이 있는 난잡함이다.뭔가 도를 넘는 혼잡스러움과 흥분,구경거리가 없으면 그건 도시가 아니다.(P100) 그에게 매장은 ,시대와 그 언저리를 배회하는 낯선 사람들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따위를 안겨주는 공간이다.(P110)
후반부에서는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체인점,대형 할인매장,홈쇼핑등으로 인해서 사라져가는 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컴퓨터서적의 판매증가로 종언을 가속화하게 되는 프린터스 서점의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했다.그래도 독립서점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책의 발행부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종이책 넘김의 버석거림,만지면서 느껴지는 질감,여유로움,책과 함께 우리 스스로 풍경이 되어버리는 운치와 같은 낭만이 있기때문이리라.
얼마전 대학동기를 우연히 만났고 나는 그가 탐서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반나절이 책 이야기로 지나갔다."황금가지 읽어 봤어요?" "그 책 금서 아니예요?" "어머 황금가지를 알아요? "그 책 1800년대에는 금서였는데,지금은 금서가 아니예요"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고리타분하지 않은 그에게 나는 <황금가지>와 <문명화 과정>을 읽어보길 권했다.그는 나에게 <연암박지원>을 읽어보라고 했다.그는 셰익스피어를 많이 읽었다고 했다.셰익스피어는 나에게 아킬레스건과 같은 존재였기에 기가 죽은 나는 바로 <굿모닝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같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그만큼 출판되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아이들데리고 서점 나들이 한 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