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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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지음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진중권교수가 '죽기전에 이런 책 한 권만 써봤으면...'했다는 책 두권 중 한 권이다.<문명화과정>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황금가지>도 읽어보고 싶어졌다.23년전에 봤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커츠 대령이 손에 들고 살다시피 했던 그책(황금가지).프레이저가 애초에 저술한 13권 중 그의 부인이 일반인들도 읽기 쉽도록 한 권의 축약본으로 만든 책이다.대중소설이나 탐정소설처럼 집필한 900쪽 분량의 베스트 셀러 학술서적이다.그의 논문<터부>가 <황금가지>로 발전했다.프레이저가 말하는 터부는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터부(taboo)
1 미개한 사회에서 신성하거나 속된 것, 또는 깨끗하거나 부정하다고 인정된 사물·장소·행위·인격·말 따위에 관하여 접촉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금하거나 꺼리고, 그것을 범하면 초자연적인 제재가 가해진다고 믿는 습속(習俗).
2 특정 집단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거나 꺼리는 것.

 

 

 58쪽과 59쪽에 걸쳐 터너의 그림<황금가지>가 실려있다.프레이저에게 저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터너의 그림 <황금가지>를 그는 원본이 아닌 복사판으로 봤다.그래서 프레이저는 그림 속 장면을 이탈리아의 네미(Nemi)라고 하는 숲지대의 작은 호수로 알았다.옛 사람들은 이 호수를' 디아나(Diana) 여신의 거울'라고 불렀다.하지만,터너가 묘사한 것은 아베르누스 호수였다.그는 이 숲을 종교의 가면 아래 흔히 자행되는 음산한 범죄 사이의 미묘한 연관성이 있다는 비극의 무대로 보았다.

 

 네미의 사제직 후보는 사제를 죽여야만 직책을 계승할 수 있었다.설화에 따르면 네미의 디아나 숭배는 오레스테스(Orestes)가 제도화 했다고 한다.네미의 성소 안에는 가지를 꺾으면 안 되는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오직 도망친 노예에게만 그 가지를 꺾는 것이 허용되었다.이것은 황금가지를 나타내고,노예는 오레스테스를 나타낸다.그가 사제와 싸우는 것은 디아나에게 산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상기 기키는 것이다.프레이저는 기독교 축일(8월 15일)을 이교도 축제(디아나여신 대축제 8월 13일)와 연관시켜 그 연관성을 밝히려했다.

 

   네미에 거쳐하는 또 다른 작은 신 비르비우스(Virbius)는 전설에 따르면 그리스 히폴리투스(Hippolytus)가  변장한 모습이다.숲의왕 비르비우스는 디아나의 배우자다.따라서 로마 종교는 그리스 종교를 바탕으로 형성된 혼합물이었다.

 

 네미신화의 부조화성은 종교의식을 설명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가 발전했으며,그것이 거꾸로 인간정신 속에 깊이 내재하는 철학적 가정들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프레이저는, 왕이 인간신적인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미개인(야만인)들이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구별하지 못해서 자연의 운행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알지 못하는 고대인의 사고방식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종주술은 조선시대에 후궁들이 나무나 지푸라기로 인형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모함하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감염주술은 문명인에 속하는 내가 우리 아이들 젓니 빠졌을 때 이를 옥상에 던지며 "까치야,까치야,헌 이 줄께 새 이 다오" 했던 바로 그 행동이다! 터부는 사실상 우리가 미신이라고 믿는 것들로 아직까지 현대인들에게 상당히 많은  잔재가 남아있어서 놀랍다.

 

 주술의 특징은 보편성,영구성,통일성을 가지고 있다.주술이 종교보다 먼저 발달했고,종교가 다음으로 발달했다.때로는 주술과 종교가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했다.지금까지 인간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인간의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을 주술에서 종교로 대체된 계기로 보고 있다. 나무를 숭배하는 공감주술은 애니미즘(animism)에서 다신론(polytheism)으로 옮겨간다.

 

 고대의 왕이나 사제들은 상당히 많은 터부에 얽매여 있었다.우리가 잠자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터부다!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번민하다 죽었다는 신화에서도 터부가 드러난다.터부는 고대 왕권의 틀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리라.고대사회에서 터부는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 위약효과)를 발휘한다.

 

 그것들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현대인이 보기에 미개하고,야만적으로 보인다.하지만 프레이저는 논리적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현재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인류가 고통을 겪으면서 일궈온 바로 그것들의 토대위에 세워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글에서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미개인들은 왕에게서 신성의 결함이 나타나기 전에 왕을 살해 하다가 그것은 차츰 변해간다.왕(인간신)의 살해→왕의 대리인(왕자,노예,범죄자)살해 첫아이 살해(장자) →숫양살해→축제의 모습으로 형식만 남음(모의 처형).기독교의 바탕이 되는 것들을 만나게 되면서 독자들은 상당히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성경에서의 장자살해,숫양을 제물로 바치는 것,할례,왕의 아들인 예수의 살해,왕의 살해가 단지 후계자 속에서 부활을 이루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 이론과도 부합된다.

 

 아도니스(Adonis),타무즈(Tammuz),오시리스(Osiris),아티스(Attis)등의 신화는 기독교와 융합되었다.피에타상이 이시스의 형상이라는 것,성탄절이 태양신의 축일이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프레이저는 신화를 에우헤메리즘적(모든 신에 대해 그들이 원래는 이런저런 시대의 인간들이었가 신격화된 것이라고 믿는 견해)인 전환을 부여하고 있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어떠한 물질도 사라지거나 감소하지 않는다.다만 형태만 변형될 뿐이다.이처럼 미개인들의 사고는 근대과학의 에너지 보존법칙과 아주 흡사하다.그들은 꿈과 현실에 대한 구별을 못했고,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구별이 없어서 동물도 불멸의 영혼을 지닌다고 생각했다.기독교의 대속원리(죄를 타인에게 떠 넘기는)가 미개인들에게서 유래한 것 또한 커다란 충격이다.우리의 <심청전>이나 정월대보름 연날리기도 같은 원리로 보인다.

 

 결말부분에 다가가서 프레이저는 황금가지는 무엇이고,사제는 선임자를 살해하기 전에 왜 황금가지를 꺾어야 했는가?.터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 후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참 아이러니한 것은 이단으로 몰려 수많은 이들이 화형을 당했던 켈트족의 축제까지 그 뿌리가 뻗어 있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프레이저의 재미있는 문장 표현력에 웃기도 하고,종교에 대해 단정을 짓지 않는 우유부단한 표현에 아쉽기도 하고,그의 박식함과 열정에 감탄도 보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보낸다.기독교는 모든 원시종교들을 혼합시킨 것이라는 말에 대한 증거들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정도로 너무 많아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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