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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황금가지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제목이 참 야릇하다.야릇하다는 것은 뚜렷한 답을 말하지 못할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야릇했다.딸 노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쓰여진 글이다.엄마가 사라졌는데도 엄마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는 노미의 글은 유머러스하다.가족 중 아빠 레이 니켈과 16살 딸 노미 절반만 남아있다.아빠와 노미는 어느날 떠나버린 엄마 트루디 니켈과 태쉬 언니의 행방을 모른다.메노파의 친척들로 구성된 이스트빌리지에서 노미는 3년째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노미의 시선에서 엄마는 내부에 펄펄 끓는 것, 뭐라고 딱 꼬집어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아빠는 한 발은 세상 안에,다른 발은 세상 밖에 있다.엄마,아빠는 뭔가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어보인다.목사인 삼촌에게서는 공허함을 느낀다.그녀의 남자친구 트레비스의 눈으로 본 아빠는 제방을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있었던 사람,마을을 구하겠다고 영원히 그 곳에 있을 것 같은 사람, 영웅이라도 된 것 같이 굴지만 사실은 좀 어리버리한 사람이다.
( P76)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다.친절하긴 한데,그게 좀 이상야릇하다.
아빠의 시각에서 느끼는 무질서한 그의 가정은 자연상태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스록 핵을 방출하면서 질량이 줄어드는 방사성동위원소에 비유된다.엄마와 태쉬의 파문은 방사성원소가 더 안정적이 되기 위해 소멸하는 것과 같아보인다.(P147)
메노파라는 비밀에 쌓인 종교단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메노나이트교회 [Mennonite]는 네덜란드 종교개혁에 의해 생겨난 (메노 시몬스가 설립)기독교 재세례파로 그들은 현세보다 사후천국을 꿈꾸며,미국과 케나다에 농업공동체를 이루고 산다.종교와 세상을 엄격하게 분리한다.루터의 경건주의를 계승했다.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폐단이 노미의 가족해체를 불러온다.
나는 메노 시몬스에 대해 생각했다.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사람들을 황무지로 이끌어 휴거를 기다리며 피난 생활을 하도록 만들었을까?(P300) 이스트빌리지 사람들은 가족중 한 사람이 파문을 당한 경우가 많다.대부분 온전하지 않은 뭔가 불안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그들의 생활은 죽음,지옥의 불꽃,죄악,금욕,고행에 점령당했다.
10대 소녀의 성장소설 같으면서도 가족문제를 다루며,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종교적인 이데올로기로인하여 한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오르한 파묵의<검은책>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그들이 속한 세계는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칠수록면 더 아프기만 할 뿐인 스키너의 심리상자와 같은 세계다.이 종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종교의 규율에서 벗어나면 파문을 당한다.노미의 가족은 서로를 위해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함으로써 오히려 자유를 찾고자 한다.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종교집단에서 기존의 질서에 반기를 들고 전체시스템을 바꾸거나 교회를 뒤엎으려고 시도할 만큼 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하지만 이런 선택들이 모여 훗날 메노파에게는 혁명적인 변혁을 가져온 것 같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그래서 우리의 삶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인듯 싶다.그것은 각자의 마음에 답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