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좋은문장: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다시 태어난다.(보르헤스)





 나는 책 읽는 것을 즐긴다.그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책에 대한 글을 쓴 책이다.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종류의 책에는 내가 안 읽어본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그럼 나는 책을 읽기가 힘들어지고 중간에 덮어버리고 싶어진다.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단 한가지 이유는 제목이 끌렸기때문이다.책을 너무도 사랑해서 책이 연인이었던 이들,그들은 주로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들의 영혼은 어떤 빛일까? 그들에게 책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책은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 주었을까?

 

 말로만 듣던 진중권이란 교수님의 글을 읽다가 내가 경악을 해버린 부분이 있으니 ..

P30 이런 상상의 도서관 놀이를 통해서 그는 그런 책 한 권을 쓰고 나면 '죽어도 좋아'라고 말할 만한 책을 몇 권 찾아냈는데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프레이저의 「황금가지 」....

 

 「문명화과정 」은 지인이 괜찮은 책이니 읽어보라고 스치듯  말 했던 책이다.나는 지인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그 책을 찿아 여러 도서관을 헤멨다.사회학과를 졸업한 제부에게도 물어봤다.그러길 몇 달이 지났고, 못 구해서 결국1,2편 모두 사서 봤다.역시 그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나도 이런 책 한 권만 써봤으면...' 생각했다.진중권교수님의 생각과 일치한 부분이다.진중권에게 책을 읽는 이유는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23년전쯤으로 기억한다. 도시에 올라와서 언니의 하얀 타이트스커트 몰래 입고 가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봤던 영화!<지옥의 묵시록>에서 커츠 대령이 매일 읽었던 <황금가지>.어떤 내용인지 읽어보고 싶어진다.그 날 나는 언니의 흰스커트에 껌이 붙어서 죽는 줄 알았다!

 

 정이현 그녀에게는 고독과 불안이 지배적인 정서였다.그녀가 교보문고를 처음 갔을때 책이 많아서,자신이 미미한 존재같아서 울었다는 그말..나 역시 그렇다.도서관의 그 많은 책들을 보면 ' 저 많은 책 중에서 내가 죽을 때까지 과연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슬퍼진다.

<봉순이언니>로 알게 된 공지영 ,그녀는 살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내가 그녀와 통하는 부분이다.

 

<방각본 살인사건>으로 알게 된 김탁환 그는 어린시절 ,취약점 때문에 주변인으로 배회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송두리째 적시는 2층에서 관찰자의 시선을 얻었다.임순례 그녀 역시 책을 볼 때 작가의 시선이나 주제의식을 중을 중요시한다.

은희경의 어릴적 독서편력 '닥치는 대로 한 바퀴 도는 편력' ,현재의 내가 그렇다.

 

<미래의 맑스주의>를 통해서 알게된 이진경,그는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미셸푸코와 프란츠 카프카를 좋아한다.

변영주 그녀는 책을 통해서 자기 안에 기억의 도서관을 지으므로써 스스로 망원경이 되었다.

박노자 그에게 책은 타자와의 소통,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의 마음과 가장 잘 통하는 부분이 있는 작가가 바로 신경숙이다.그녀는 인생이 단절된 때마다 책을 읽었다.

책은 견디기 힘든 시간을 지나게 해 준다고 말하는 문소리,그녀처럼 나 역시 잘때는 항상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그래서 나는 책의 내용을 자주 꿈 꾸는 편이다.

 

그렇다.이제 세상에는 더 이상 독창적인 책은 없다.모두가 다른 책의 인용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든 책이 좋다.자신의 글을 써 보라는 지인에게 나는 책만 읽다가 책에 깔려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저자 정혜윤과 내가 통하는 부분이다.

 

 나는 왜 책을 읽기 시작했지? 내게 수없이 많은 물음을 던졌다.사춘기때는 누구나 방황하면서 읽는다.한때는 뭔가 집중할 일이 필요해서..또 한 때는 너무 슬퍼서 읽었다.책을 읽으면 슬픔이 잊혀지니까..책은 내게 안정제였다.요즘은 경제학책을 많이 읽다보니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해 본 적이 없다.

 

 읽다보니 내가 읽었던 책도 많았고,읽지 못했던 책에 대한 이야기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한 번 손에 쥐면 놓기 어려운 책이다.연휴동안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을 피해 옥상에 올라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이고 읽었다.교보문고 차가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읽었던 폴크루그먼의<미래를 말하다>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처럼 이 책도 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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